[OSEN=이혜린의 스타라떼] 싸이의 신곡 '젠틀맨' 뮤직비디오가 외설 논란에 시달리고 있다. 야해서 불편하고, 여자를 괴롭혀서 불편하고, 이게 한국을 대표하는 노래로 해외에 소개돼 불편하단다. 일각의 시각이지만, 이 논란은 며칠째 화제를 모으고 있다.
뮤직비디오를 둘러싼 선정성 논란이 어제 오늘 일이 아니지만 이번 논란은 좀 이상하다. 풍자를 위해 차용한 코믹 코드까지 '여성 학대'로 진지하게 받아버리는 이 리액션은 우리 사회에 얼마나 '경직된' 사고가 만연한지 보여주는 것 같기도 하다. 가인이 어묵을 '야릇하게' 먹는 씬은 그렇다치더라도, 맥주를 흔들어 따는 장면까지 성적으로 해석하는 걸 보면 또 상상력은 발달한 것 같은데 말이다.
'젠틀맨'은 젠틀맨이라고 우기는 사람이 실제 행동은 젠틀맨과 정반대로 하는 게 핵심이다. 주장과 실제 행동이 일치 하지 않으므로 웃음이 유발되고, 흔히 '꼰대'라고 부르는 사람들을 통쾌하게 비꼬는 역할도 한다.


따라서 싸이가 사회적 약자인 여성과 노인을 골려먹는 건 당연하다. 그러면서 자기가 '젠틀맨'인 줄 알다니, 더 웃기다. 그런데 그가 만약 사회적 강자에 맞서 장난을 치고 방귀를 날리면 영웅이 돼버린다. 그건 멋있는 거지, 웃긴 게 아니다. B급 코드를 내세운 '싸이표 음악'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풍자는 대중문화에서 자주 차용하는 코드다. 특히 드라마나 시트콤에서 흔하다. 소위 페미니스트라고 자부하는 등장인물이 아무 생각 없이 여성을 차별하거나, 속물을 경멸한다던 사람이 누구보다 더 속물같은 짓을 하는 등의 설정은 웃음을 유발한다. 미국의 한 인기시트콤에서는 인종차별 금지 관련 강의를 하겠다는 상사가 일단 사원들을 인종별로 나눠 앉히는 장면으로, '풍자'를 제대로 보여줬다. 그 장면을 보고 사원을 인종별로 나눠 앉히는 건 말도 안된다고 역정을 내는 건 진짜 말도 안되는 짓이다.
'젠틀맨'의 선정성도 과연 외설씩이나 되는 것인지 의문이다. 여성들이 남자 위에서 시건방춤을 추는 게 여성 상위를 의미하고, 치마를 입은 여성이 넘어지면서 '다리 사이'가 보이므로 야하다는 지적은, 그 와중에도 '그런' 상상을 한 게 더 외설적이다. 진짜 그런 의미가 깔려있다 하더라도 그건 어디까지나 싸이가 대중에게 던져놓은 수수께끼 같은 거지, 정답을 딱 정하고 모두가 같은 답을 도출해야 한다는 방식의 사고방식은 정말 촌스럽다.

해외에 부끄러울 필요도 없다. 싸이는 태극기를 가슴에 달고 나간 국가 대표가 아니다. 일각에서는 싸이의 해외 성적이 실시간으로 보도되는 게 국가주의적 보도가 아니냐고 하는데, 그것도 오버다. 그저 인기 가수가 해외에서 높은 성적을 내니까, 매우 이례적인 일이니까, 보도하는 것이지 이를 무조건 응원하라는 의미는 아니다. 국내 차트의 국내 가수도 '실시간'으로 보도되긴 마찬가지다.
그럼에도 '젠틀맨'이 외국인들 보여주기에 영 야하고 불편하다고 목소리를 높인다면, 해외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힙합 뮤직비디오 몇개를 검색해보길 권한다. 진짜 '19금'은 거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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