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럽다".
롯데 자이언츠 투수 강영식이 세이브 세러머니에 대한 해명(?)에 나섰다. 강영식은 19일 대구 삼성전서 4-3으로 앞선 9회 1사 2루 상황에서 마운드에 올라 이승엽과 최형우를 각각 좌익수 파울 플라이와 헛스윙 삼진으로 제압하며 2011년 6월 1일 사직 넥센전 이후 688일 만의 세이브를 기록했다.
7연패 탈출을 이끈 기쁨 때문일까. 강영식은 아이처럼 폴짝 뛰며 기쁨을 표시했다. 21일 경기를 앞두고 취재진과 만난 강영식은 세이브 세러머니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며 "부끄럽다. 나도 모르게 나왔다. 할 말이 없다"고 웃은 뒤 "그만큼 집중하고 있었고 무조건 막아야 한다는 생각 뿐이었다"고 말했다.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에서 마운드에 올랐지만 심리적인 부담감은 없었다. 그만큼 벤치에서 신뢰한다는 뜻이기에. 그는 "내게 그런 기회가 오게 돼 기뻤다"며 "마지막 타자를 플라이 또는 땅볼로 처리했다면 그런 세러머니를 하지 않았을텐데 삼진을 잡은 뒤 나도 모르게 그랬다. 하고 나서 부끄러웠다"고 머리를 긁적였다.
688일 만에 세이브를 거둔 소감을 묻자 "잘 알다시피 나는 세이브 투수가 아니다. 세이브에 대해 전혀 생각해본 적이 없다. 경기 종료 후 팀이 이겨 기뻐하고 마운드 위에 모여 있는 분위기가 좋았다"고 말했다.
아들(강현우) 이야기를 꺼내자 그의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했다. "이제 80일 정도 됐는데 몸은 나를 닮았고 얼굴은 아내(정혜영 씨)를 닮았다. 그런데 요즘 들어 살이 많이 쪄 걱정"이라면서도 "그래도 잘 생겼다. 건강하게 잘 자라고 있다"고 자랑을 늘어 놓았다. 아빠가 된 만큼 책임감이 커진 게 사실. 강영식은 "항상 '아버지로서 부끄러운 행동을 하면 안된다', '멋진 아버지가 되고 싶다'고 다짐한다"고 각오를 다졌다.
롯데 필승 계투조는 올해 들어 잇딴 부진 속에 고개를 떨궜다. 하지만 강영식은 "결과론일 뿐"이라고 고개를 가로 저었다. "나는 항상 우리 계투진이 강하다고 생각한다. 다만 우리도 사람이다보니 안 좋을때가 있다. 한 명이 안 좋으면 다른 누군가가 막아주고 그런 게 있었는데 올해 들어 한꺼번에 부진해 그런 것 같다.분명히 잘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부정적인 평가를 언제든지 뒤집을 수 있다. 지난해처럼 최강 계투진이 될 수 있다는 믿음은 변함없다".
한때 '새가슴'으로 불렸던 강영식은 마운드 위에서 두둑한 배짱을 앞세워 상대 타자를 제압한다. "나이가 들어 그런지 아니면 경기에 자주 나가서 그런지 모르겠는데 요즘은 '절대 지지 않겠다'는 마음이 강하다. 예전에는 '맞으면 어떻게 할까' 하는 결과에 대한 불안감이 있었는데. 마음을 바꾼 뒤 더욱 더 공격적이고 적극적으로 하게 됐다. 무사 만루 상황에서도 결과에 신경쓰지 않고 내 공을 믿고 던지겠다". 강영식의 표정에는 비장한 각오가 묻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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