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달(57) KIA 타격코치는 “조금 지켜보라. 이범호 김상현도 이제 살아난다”고 말했다. 평소 부드러운 언변의 소유자인 김 코치의 말투치고는 강한 확신이 묻어나왔다. 공교롭게도 그 이야기가 현실이 되는 데는 단 3시간도 걸리지 않았다.
KIA의 중심타자들로 큰 기대를 모았던 김상현(33)과 이범호(32)는 시즌 초반 부진했다. 20일까지 이범호의 타율은 2할1푼6리였다. 김상현은 그보다 더 못한 1할7푼2리였다. 둘 다 홈런은 없었다. 이름값에 비하면 지독하게도 장타가 터져 나오지 않았다. 스스로도, 벤치도, 팬들도 애가 탔다. 연일 홈런포를 신고하며 부활을 알린 최희섭(34)과 비교되면서 부진은 더 도드라졌다.
그러나 김용달 코치의 생각은 달랐다. 21일 문학 SK전이 열리기 직전 만난 김 코치는 두 선수에 대해 “곧 좋아질 것이다”라고 단언했다. 김 코치는 “부상 경력이 있어서인지 심리적으로 조금 부담을 가지고 있을 뿐 기술적인 문제는 없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경험이 많은 선수들이기 때문에 이는 금세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 말했다. 김 코치는 “날이 아직은 쌀쌀한 측면도 있다. 날이 풀리면 계속 좋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김 코치의 말을 들었을까. 경기 전 덕아웃에서 굳은 표정으로 배트를 매만지던 두 선수는 21일 문학 SK전에서 나란히 시즌 첫 홈런을 신고했다. 먼저 터진 쪽은 김상현이었다. 팀이 1-0으로 앞선 5회 무사 1루에서 상대 선발 크리스 세든의 체인지업(125㎞)이 높게 형성된 것을 놓치지 않았다. 타격 후 김상현의 손을 떠난 방망이가 특유의 궤적을 그리는 순간, 문학구장의 만원 관중들이 모두 홈런임을 직감할 수 있을 정도였다.
이범호도 동참했다. 7회 2타점 2루타로 방망이를 달군 이범호는 9회 마지막 타석에서 문승원을 상대로 좌월 솔로 홈런을 때렸다. 역시 시즌 첫 홈런이자 ‘LCK포’가 한 경기에서 한꺼번에 홈런을 터뜨리는 역사적인 첫 순간의 완성이기도 했다.
단지 하나의 홈런으로 치부할 수도 있겠지만 두 선수에게는 큰 의미를 갖는다. 그간 가졌던 심리적인 부담에서 벗어나는 계기가 될 수 있는 까닭이다. 내색은 하지 않았지만 다들 터지는 KIA 타선에서 가장 부진한 선수들 중 하나였다. 기대치에 밑돌면서 받는 압박과 스트레스도 무시할 수 없었다.
그러나 마음의 짐을 한결 덜어냄에 따라 앞으로는 좀 더 좋은 타격을 기대할 수 있다. 결성 후 2년간 개점휴업이었던 LCK포가 살아난다면 KIA의 우승전선도 좀 더 견고해질 것이 확실하다. 김상현 이범호의 마수걸이 홈런포와 함께 예열을 마친 LCK포는 내일(23일)부터 마산에서 NC를 상대로 또 한 번 홈런사냥에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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