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다저스 류현진(26)이 메이저리그 데뷔 후 처음으로 '실패'를 경험했다. 하지만 투수가 매경기 잘 던질 수는 없는 법. 오히려 실패를 통해 배움을 얻을 수 있다.
류현진은 지난 21일(이하 한국시간) 볼티모어 오리올스와 원정경기 더블헤더 1차전에 선발등판, 6이닝 8피안타(2피홈런) 2볼넷 6탈삼진 5실점으로 첫 퀄리티 스타트 실패와 함께 평균자책점도 4점대로 올랐다. 하지만 여러모로 류현진에게 많은 교훈을 준 경기였다.
▲ 장거리 이동, 컨디션 조절

이날 경기가 열린 볼티모어는 동부 지역으로 다저스의 홈 로스앤젤레스와는 정반대 위치에 있는 곳이다. 시차도 3시간 차이 난다. 설상가상으로 당초 예정된 20일 경기가 우천 연기돼 등판이 하루 밀렸다. 이날 류현진은 연기 결정이 난 후 30개 불펜피칭을 하며 평소와 다른 준비 과정을 거쳤다. 류현진은 "내가 준비를 잘 못했다"고 인정했다. 결과적으로 컨디션 조절에 실패한 것이다.
장거리 이동과 갑작스런 일정 변경의 변수로 류현진은 베스트 컨디션이 아니었다. 패스트볼 최고 구속이 91마일에 그치는 등 평소보다 위력이 떨어졌다. 동부와 서부를 오가며 무려 162경기를 치르는 메이저리그의 살인적인 일정에서 컨디션 조절은 결코 쉽지 않다. 이날 경기를 통해 류현진은 컨디션 조절의 중요성을 새삼 느꼈다. 그는 "아직 시즌 초반이라 그런지 이동에 대한 부담은 없다"고 말했다.
▲ 홈런 2방, 실투는 금물
이날 류현진은 메이저리그 데뷔 후 처음으로 1경기 2피홈런을 기록했다. 그것도 6번 J.J 하디와 8번 놀런 라이몰드 등 하위타선 타자들에게 맞았다. 하디에게는 87마일(140km) 패스트볼이 한가운데로 몰렸고, 라이몰드에게는 80마일(129km) 체인지업이 제대로 떨어지지 않아 홈런으로 이어졌다. 하위타선 타자들이라도 실투는 놓치지 않았다. 이날 류현진이 허용한 안타 8개 중 4개가 6~9번 하위타선이었다.
이날 경기 후 스스로 느낀 점에 대해서도 류현진은 "다시 말하지만 결국 실투다. 실투가 모두 홈런과 장타로 이어졌다. 항상 실투를 조심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날 류현진의 안타 8개 중 6개가 높은 코스로 몰린 공이었다. 결국 제구를 얼마나 낮게 가져가느냐가 중요하다. 패스트볼 구위가 아주 위력적이지 못한 류현진으로서는 볼 로케이션이 생명과 같다.
▲ 상대 분석에도 대비하라
류현진의 부진은 볼티모어 타자들의 준비도 한 몫 단단히 했다. 비록 리그가 다른 팀이지만 상대 분석은 모든 리그의 기본이다. 흔히 일본프로야구가 현미경 분석으로 잘 알려져있지만 메이저리그도 다르지 않다. 라커룸에서 선수들은 코치·전력분석가와 함께 여러 대의 모니터를 통해 상대 투수-타자를 분석하는 게 일상화돼 있다. 분석을 당하면 공략당하는 건 시간 문제다.
볼티모어는 이날 경기를 앞두고 류현진의 빅리그 데뷔후 피칭을 집중 분석하며 그의 투구 스타일을 파악했다. 류현진은 "변화구를 많이 던졌는데 초구에 타자가 노리고 들어오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이날 류현진이 맞은 홈런 2개 모두 초구였다. 초구 피안타율이 2할8푼6리로 아주 높은 편은 아니지만 투구패턴을 읽힌다면 고전할 여지가 있다. 류현진도 "오늘 경기를 생각해두고 다음부터 조심하겠다. 안 좋은 부분은 비디오로 보고 체크하겠다"며 상대 분석 대비에 대한 필요성을 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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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티모어=민경훈 기자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