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프로야구의 역사도 벌써 32년이 됐다. 그동안 6개였던 팀은 9개가 되고 시장 규모도 몇 배나 커졌다. 프로야구를 거쳐간 선수들 역시 셀 수 없이 많다.
그중에서도 전국민이 사랑하는 선수를 꼽으라면 단연 박찬호(40)다. 박찬호는 지난 1994년 미국 LA 다저스와 계약한 뒤 1997년 14승, 1998년 15승 등 우리나라가 경제적으로 힘들 때 국민들에게 힘을 줬다. 아시아 출신 메이저리그 최다승(124승)으로 개인적으로도 성공을 거뒀다.
박찬호 만큼은 아니지만 1999년 혈혈단신으로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에 입단해 2001년 한국 선수 최초로 월드시리즈 우승반지를 낀 '핵잠수함' 김병현(34) 역시 작은 키에도 메이저리그 타자들을 압도하는 위력으로 명성을 떨쳤다. 2004년 보스턴 레드삭스 시절 우승으로 아시아 출신 최초 양대리그 우승 경력도 가지고 있다.

1990년대에서 2000년대 초반 그들의 경기를 직접 봤거나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야구를 해온 '메이저 키드'들이 이제 프로야구를 점령하고 있다. '박세리 키드'처럼 박찬호, 김병현을 우상이나 롤모델로 삼아 성장해온 선수들이다.
좌완 류현진(26)은 박찬호를 닮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팀을 떠나 전국민들에게 사랑을 받은 '국민 투수' 중 한명이다. 2006년 데뷔 첫해 투수 3관왕에 오르며 일찍부터 남다른 '싹수'를 자랑한 류현진은 상대적으로 약한 한화 전력 속에서도 꾸준히 활약하며 20대 선수 중에서 가장 많은 인기를 끌었다.

류현진은 특히 박찬호와 1년을 한화에서 지낸 뒤 올 시즌을 앞두고 포스팅시스템을 통해 LA 다저스와 계약을 맺으며 국민들에게 '데자뷰'를 일으켰다. 아침 일찍부터 온 국민이 국가대표 경기 보듯 해외야구를 보기는 오랜만이다. 류현진은 메이저리그 4경기에서 2승1패 평균자책점 4.01을 기록중이다.
아직 이름이 많이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NC 다이노스에서 선발 2경기에서 14이닝 무실점을 기록하고 있는 '아기공룡' 이태양(20)은 김병현 '닮은꼴'이다. 지난해 김병현과 함께 1년간 넥센에 있었던 그는 김병현의 넥센 입단 소식이 알려졌을 때부터 우상을 손꼽아 기다렸던 '김병현 키드'다.
지난 19일에는 목동 넥센-NC전에서 김병현과 이태양의 선발 맞대결이 벌어지기도 했다. 폼도 비슷하고 심지어 투수판 밟는 곳도 똑같았던 두 선수의 대결은 흥미로웠다. 김병현은 경기 후 "(이)태양이의 피칭을 좋아한다. 잘던지더라"고 덕담을 건넸고 이태양은 "선배님과의 대결이 영광이었다"고 말했다.
프로야구가 역사를 더해갈 수록 많은 스타 선수가 탄생할 것이고 그들을 닮으려는 유망주들 또한 늘어날 것이다. 올 시즌 프로야구가 '전국구 스타' 류현진의 미국 진출로 인기를 잃었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고 또다른 '키드'들이 성장한다면 한국 야구를 다시 풍성하게 만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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