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일요일이 좋다'의 새 코너 '맨발의 친구들'(이하 맨친)이 돛을 올렸다. 스튜디오를 떠나 야외로 나간 강호동의 큰 목청이 하늘을 갈랐고 8인 8색 멤버들의 매력이 깨알 같았다. 또 대망의 첫 여행인 만큼 국내를 벗어나 베트남의 풍광과 문화, 인간사를 담백하게 담아낸 화면도 볼거리였다.
'맨친'은 안방극장으로 돌아온 강호동에게 있어 사실상 첫 야외 버라이어티 복귀작이다. 앞서 MBC '무릎팍도사'와 SBS '스타킹' KBS 2TV '달빛프린스'(종영) 등을 선보였지만 평가가 시원치 않던 참이다. 최근 '달빛프린스'를 내리고 '우리동네 예체능'을 새로 올리면서 특유의 열정적인 카리스마가 다시 조명 받고 있는 가운데, 지난 21일 '맨친'으로 마지막 승부수를 띄웠다. '1박2일'의 야생 수컷 호랑이는 대체 어디 갔느냐는 항간의 볼멘소리를 잠재우기 위해서다. 밖으로 나가 더 큰 몸놀림을 시작한 강호동은 분명 예전 '1박2일' 속 강력한 동력을 재가동하고 있었다. 8명이나 되는 멤버들 사이에서 장악력이 뛰어났고 그 어떤 당혹스런 미션과 상황 앞에서도 대담했다. 과연 강호동만의 카리스마다.
그러나 '맨친' 첫 회를 둘러싸고 시청자들의 시선은 다소 부정적이다. 일단 '맨친'이 두루 두루 좋은 음식들을 모두 올린 맛난 잔칫상인 건 사실이지만, 음식들 자체가 많이 먹어본 것들이라는 평가다. 상당수 시청자들은 관련 기사 댓글과 각종 SNS 등을 통해 "'1박2일과 '패밀리가 떴다'를 섞어 놓은 느낌", "'정글의 법칙'의 베트남판", "'런닝맨', '1박2일', '패밀리가 떴다'와 큰 차이를 못 느끼겠다"고 했다. 반면 "강호동 특유의 활력이 느껴져 기대가 됩니다", "예능에서 잘 못 봤던 윤시윤, 김현중, 유이, 김범수 등 멤버들이 신선하다", "베트남의 이모저모를 볼 수 있어 좋았다. 실제 여행하는 기분이더라" 등 좋은 의견들도 보였다.


첫 술에 배부르랴. '맨친'의 첫 회를 향한 일각의 비판적 시선은 앞으로 제작진과 멤버들이 수렴해야 할 부분이다. 일단 야외로 나갔다는 점에서 '1박2일'이나 '패밀리가 떴다'와의 유사성에서 자유롭기 힘들뿐더러, 그것도 동남아의 작은 마을에서 자급자족 생활을 한다는 점에서 '정글의 법칙'과의 구분점이 모호해지는 건 시청자들 입장에서 당연하다. 8명이 우르르 무리를 지었다가 팀을 나누고 또 동고동락한다는 점 역시 기존의 많은 리얼 버라이어티가 선보인 단골 포맷이다.
이로써 강호동의 어깨는 또 다시 무거워졌다. '맨친'이 오롯이 강호동만의, 강호동에 의한, 강호동을 위한 프로그램도 아니건만, '국민MC' 강호동은 그 유명세와 인기의 반대편에서 늘 이름값의 무게를 절감해야 하는 처지다. 만일 '맨친'이 흥하든 실패하든 그 책임은 강호동만이 아니라 제작진, 혹은 경우에 따라 다른 멤버들에게도 부과될 수 있다. 하지만 이 코너의 탄생 배경의 중심에 강호동이 있고, 다른 7명의 멤버들에 비해 노련한 예능 선수이자 메인 MC란 점에서 '리더' 강호동에 대한 시청자들의 관심과 평가는 꾸준할 전망이다.
마침 강호동과 친구들이 뛰어든 일요 예능 전쟁터는 어느 때보다도 치열하다. 동시간대에는 MBC '일밤-아빠 어디가'가 다크호스로 자리매김 한 상황인데다 후속 코너인 '진짜 사나이'도 방송 2주 만에 온라인 이슈를 장악하는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그래서 '맨친'이 나아갈 길은 생각보다 거칠고 험난한 조건이다. 강호동이 맨발로 잘 달리기 위해서는 스스로 발의 컨디션을 점검하고 힘을 더하는 것은 물론이요, 윤종신 김범수 유세윤 김현중 윤시윤 유이 은혁 등 동반자들의 어시스트, 그리고 제작진의 부단한 고민과 노력이 동시에 필요하다.
issu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