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파구 찾자“, 선수들이 뭉친 한화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3.04.22 14: 20

아무리 뛰어난 코칭스태프를 갖췄더라도 선수들이 서로 규합되지 않으면 좋은 성적은 기대할 수 없다. 그리고 밖에서는 자신들을 약체라고 가리켜도 ‘해보자’라는 마음으로 기적을 일으킬 수 있는 것이 바로 단체 스포츠다. 지난 한 주 간 4승 1패로 선전한 한화 이글스의 분전에는 선수들의 단합이 컸다.
지난 15일까지만 하더라도 개막 13연패로 어깨를 움츠리던 한화는 현재 4승 14패로 신생팀 NC를 가까스로 제치고 단독 8위로 올라섰다. 아직도 갈 길은 멀지만 투수진 총력전을 통해 NC와의 3연전을 모두 승리했고 21일에는 선발 데니 바티스타의 호투와 이대수의 결승타, 야수진의 안정된 수비를 통해 1-0 신승을 거뒀다. 두문불출하던 김응룡 감독도 뒤늦은 첫 승에 경기 전 덕아웃에 모습을 비췄다.
특히 지난 20일 우천 휴식은 선수단에 큰 힘이 되었다. 계투 출장을 감행하던 주력 투수들이 휴식을 취할 수 있던 단비인 동시에 선수들끼리 스스로 뭉쳐 ‘다시 한 번 해보자’라는 마음을 갖게 된 계기였기 때문이다. 21일 결승타 주인공 이대수는 휴식일을 어떻게 보냈는지에 대해 묻자 “선수들이 토론식으로 의견을 공유하는 시간을 보냈다”라고 밝혔다.

“우리가 타 팀에 비해 전력이 약하다는 것은 선수들 모두가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포기할 수는 없잖아요. 그래서 어떻게 하면 우리가 이길 수 있는 돌파구를 찾을 수 있는 지 스스로 연구해보는 토론을 펼쳤어요”.
지난 시즌을 최하위로 마친 한화는 스토브리그에서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에이스 류현진(LA 다저스)이 메이저리그로 떠났고 프리에이전트(FA) 시장에서 노렸던 정현욱(삼성-LG), 김주찬(롯데-KIA)도 다른 팀의 러브콜을 받아 한화를 선택하지 않았다. 게다가 NC를 위한 8개 구단 특별 지명으로 베테랑 우완 송신영(넥센)을 내줬다. 얻은 이는 신인들 뿐이고 오히려 잃기만 했던 한화였다.
객관적으로 봐도 지난해 최하위 전력에서 더 약해졌다고 볼 수 있다. 해태 왕조를 이끌었던 ‘승부사’ 김응룡 감독과 스타 플레이어 출신 코칭스태프도 개막 13연패에 어쩔 줄 몰랐다. 베테랑 외야수 강동우와 필승 좌완 박정진도 부상으로 인해 출격하지 못하고 있다. 결국 돌파구는 경기를 뛰는 선수들이 스스로 뭉쳐 마련해야 한다는 교훈을 준 우천 휴식 토론이었다.
“서로 이야기를 하면서 우리가 지금 겪고 있는 안타까운 마음과 애타는 심정을 허심탄회하게 밝히고 이를 공감할 수 있던 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과정을 통해 팀워크를 좀 더 단단하게 하고 하고자 하는 마음을 뭉치게 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뜻 깊은 선수들 간의 토론 후 다음날 한화는 끈질긴 경기력을 펼쳤다. 상대 선발 김선우의 호투에 막히기는 했으나 수비 시프트 지시에 충실히 따르며 첫 회 위기를 넘겼음은 물론 자연스러운 병살 연결 등 안정된 수비를 보여주며 두산의 찬스를 연달아 무위로 만들었다. 연패 기간 동안 쫓기는 모습으로 제 실력을 보여주지 못하던 그들은 없었다.
단체 스포츠는 정신력이 큰 토대가 된다. 아무리 최고의 부품들을 장착했더라도 유기적으로 맞물리지 않는다면 기계는 돌아가지 않는다. 반면 서로가 무형적으로 잘 조화된다면 그 팀은 예상 밖의 성적으로 팬들을 웃게 할 수 있다. 연패 터널을 빠져나온 한화는 난국을 헤쳐나가며 이제 올라가는 과정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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