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이어 올해도 각 구단은 외국인선수를 모두 투수로 채웠다. 선발 5인 로테이션을 제대로 돌리고 있는 구단이 많지 않을 정도로 얕은 현실에서 각 구단은 불가피하게 투수를 영입했다.
외국인선수는 복잡한 과정을 통해 선발된다. 각 구단은 현지에 스카우트를 파견, 오랜 시간동안 지켜보며 영입 리스트를 만들어 관리한다. 그리고 팀에 외국인선수 결원이 생기면 선수들에게 접촉한다. 이 과정에서 해당 선수 에이전트와의 지루한 줄다리기가 벌어진다. 또한 선수와 합의를 마쳤다 하더라도 전 소속구단의 반대에 부딪혀 영입이 무산되는 경우도 있다.
현재 외국인선수가 좋은 활약을 펼치고 있다 하더라도 구단 스카우트는 선수 물색을 멈추지 않는다. 언제 결원이 발생할지 알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공을 들여 영입한 외국인선수가 부진하다면 스카우트팀은 발 빠르게 움직인다. 당연히 부진을 겪고 있는 외국인선수는 1승에 대한 간절함과 함께 마운드에 오르기 마련이다.

21일 현재 17명의 외국인투수 가운데 아직 승리가 없는 선수는 절반이 넘는 9명이다. 이 가운데 주전 마무리투수인 앤서니(KIA)를 빼면 8명이 아직 승리의 단 맛을 보지 못했다. 모든 구단이 외국인투수를 영입할 때 10승을 기준으로 삼는데 이들은 아직 갈 길이 먼 셈이다.
이들 중에서도 옥스프링(롯데), 올슨(두산), 이브랜드(한화)는 성적까지 나빠 입지가 더욱 불안하다. 우완 옥스프링은 리치몬드의 대체선수로 뒤늦게 롯데 유니폼을 입었다. WBC에서의 호투를 발판으로 꿈에 그리던 한국으로의 복귀에 성공했지만 아직 성적은 신통치 않다. 4번 선발로 등판해 19이닝밖에 소화하지 못했고, 승리 없이 3패 평균자책점 6.63에 그치고 있다. 옥스프링이 부진을 거듭하며 롯데의 선발 로테이션은 엉켜있는 상황이다.
좌완 올슨은 히메네스를 대신해 두산에 입단했다. 3경기를 나와 9⅔이닝을 소화했고, 승패 없이 평균자책점 6.52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 12일 잠실 롯데전에서 올슨은 아웃카운트 두 개만을 잡고 허벅지 통증을 호소하며 자진 강판했다. 진단 결과 좌측 대퇴부 내측 대내전근으로 나타난 올슨은 13일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됐다. 복귀에까지 2주가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좌완 이브랜드는 앞선 두 명과는 달리 한화가 오랜 시간동안 공을 들여 영입한 선수다. 타구단 영입 리스트에도 여러 번 이름을 올렸던 이브랜드는 에이스 류현진의 공백을 메워 줄 것이라는 기대를 받았지만 5경기에서 17⅓이닝을 소화하며 2패 평균자책점 7.79에 그치고 있다. 피안타율 3할8푼4리, WHIP 2.08로 부진한 가운데 최근에는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들쭉날쭉한 피칭을 하고 있다.
성과가 없다면 구단은 오래 기다려주지 않는다. 세 명 모두 1승이 시급한 상황이다. 마수걸이 1승을 따낸다면 얼마든지 분위기 반전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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