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정음 "대인기피증, '돈의 화신'으로 날렸다"[인터뷰]
OSEN 윤가이 기자
발행 2013.04.22 15: 18

만일 이 여배우가 연기를 진짜 그만뒀다면 우리는 큰 즐거움을 하나 잃을 뻔 했다. SBS 주말극 '돈의 화신'을 성공리에 마친 여주인공 황정음, 연기 인생 통틀어 가장 소중한 작품을 떠나보내는 속내는 아쉬움보다 만족과 보람이었다. 무엇보다 연기를 왜 해야 하는지, 연기의 재미가 뭔지 새롭게 깨닫게 해준, 지쳤던 심신에 다시 동력을 불어넣어준 고마운 작품이라고 했다.
'돈의 화신' 종영 다음 날인 22일, 서울 청담동에서 생기발랄한 황정음을 만났다.
으레 작품을 끝낸 소감을 묻자 ""연기를 이렇게 재미있게 할 수 있다는 건 처음 알았다. 너무 좋고 행복하다"고 운을 뗀 그는 "감독님도 너무 좋고, 대본도 너무 좋고, 촬영장도 좋고, 배우들도 너무 좋고.. 다 좋았다"고 말하며 연신 싱글벙글했다.

대개 작품을 끝낸 배우들과의 인터뷰는 생각 이상으로 다운된 분위기일 때가 많다. 몇 달간 연기에 지치고 스케줄에 치이고 사람에 눌리고, 그러느라 떠안은 고민 또는 과제의 무게가 크기 때문이다. 심신의 피로도 무시할 수 없다. 하지만 황정음의 얼굴에선 미소가 떠나질 않았다. '돈의 화신'을 떠올릴 때마다, 언급할 때마다 입 꼬리가 올라갖고 큼지막한 두 눈이 반짝거렸다.
그는 "'돈의 화신'은 내가 다시 연기의 재미를 알고 내 천직이라고 생각할 수 있게 만들어준 작품"이라며 "사실 남자주인공(지세광 역, 강지환)에 비해 분량도 많이 없었지만 그래서 인내하는 법을 배울 수 있었다. 나한테 기회가 오지 않을 땐 뒤에서 묵묵히 내 역할을 수행하면서 기다리고 어울리면 되는 거란 걸. 사실 예전엔 내 분량이 적거나 보이지 않으면 울고불고 생떼를 쓴 적도 있었다"고 고백했다.
"제 생애 최고의 작품이에요!"라는 말은 작품을 마친 배우들이 그야말로 '영혼 없이' 내뱉는 단골 멘트이기도 하다. 작품에 누가 되지 않기 위해, 자신의 이미지에 오점을 남기지 않기 위해 으레 작품과 제작진, 출연진 동료들에게 최고의 찬사를 보내고 작품을 아름답게 미화(?)하기도 한다. 하지만 황정음의 '돈의 화신' 언급은 좀 남달랐다. 뭐가 그리 대단하고 특별했던 걸까.
"인터뷰가 너무 오랜만이다. '골든타임' 끝나고는 인터뷰를 못했다. 아니, 안했다. 그땐 사실 인터뷰를 하더라도 내가 무슨 말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더라"며 "그땐 연기를 그만둬야하나 속으로 고민이 많던 때다. 그야말로 '멘붕'이 왔는데 어떻게 나설 수 있었겠냐"고 했다.
황정음은 지난해 여름 출연한 MBC 드라마 '골든타임'에서 캐릭터가 변질되고 분량이 축소되는 등 난항을 겪은 바 있다. 연기력과 존재감에 대한 항간의 논란에 시달리면서 배우로서 위축될 수밖에 없던 아픈 기억이다.
그런데 '돈의 화신'을 만나고 다시 연기의 맛을 알았고, 대중의 좋은 평가도 받아냈고 그간의 말 못할 내적 고민과 상처를 힐링 받은 느낌이란다.
"'골든타임' 끝나고 대인기피증이 왔을 정도다. 스트레스가 진짜 심했다"며 "그 후 좀 쉬고 나니 빨리 다른 작품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피하지 말고 부딪히고 만회를 해야 되겠다고 결심했다."
또 "'돈의 화신'을 마치고 보니, '골든타임' 때 힘들었던 것들이 다 내게 약이 된 것 같다. 그 작품은 내게 터닝 포인트였고 정말 많은 것을 느끼고 경험하고 배운, 진짜 '골든타임'이더라. 힘든 시기를 지나니 다 내게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시간들이었음을 알게 됐다. 권석장 감독님('골든타임' 연출)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덧붙였다.
걸그룹 슈가 멤버에서 배우로 전향한지도 어느덧 만 6년이다. 그간 꽤 많은 드라마와 영화를 거쳤지만 작품이 끝나고 눈물이 난 건 '돈의 화신'이 처음이란다.
황정음은 "어제 최종회를 보고 감독님, 작가님과 통화를 하는데 울컥하더라. 처음으로 가슴에서 뭔가 많은 것들이 꿈틀거리는 기분이 들었다. 처음 울었다"며 "감독님이 먼저 '정음이의 발전이 반갑다. 잘해줘 고맙다. 다음에 다른 작품도 함께 하자'고 말해주셔서 기쁘고 감사했다"고 밝히며 각별한 소회를 전했다.
이제 여행을 계획 중인 황정음은 "감사한 작품을 끝내고 이제 재충전을 할 생각이다. 빨리 또 다음 작품에서 좋은 연기로 팬분들을 만나고 싶다"며 "연기는 내 천직이다. 그만 뒀으면 어쩔 뻔 했나.(웃음) 응원해주시고 따뜻하게 바라봐주신 팬분들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걱정할 필요 없다. 황정음은 에너지가 충만했고 즐거웠다. 잠시 연기의 쓴 맛도 보고 외롭고 지친 적도 있지만 털어냈다. 특유의 '악바리' 근성을 토대로 좋은 사람들과 행복한 작품을 무사히 마치고나니 생긴 건 더 큰 용기와 희망이다.
issue@osen.co.kr
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