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의 거포 최희섭(34)이 해외 전지훈련 덕을 톡톡히 보고 있습니다.
최희섭은 지난 1월 구단과 연봉 계약을 놓고 힘겨루기를 벌이다가 곧바로 1억5,000만원에 재계약하며 미국 애리조나 전훈에 합류했습니다. 최희섭은 광주 제일고와 고려대를 졸업하고 바로 2002년 시카고 컵스에 입단하여 플로리다-LA 다저스-보스턴-탬파베이를 거쳐 2007년 초 고향팀 타이거즈에 입단했습니다.
처음에 4억원을 받았지만 2008년 부진해 2억원으로 떨어졌고 2009년엔 최고의 활약을 펼치고 팀 우승에 기여해 4억원으로 다시 올랐습니다.

그러나 지난해 초 성적 부진과 함께 훈련 불참 등으로 인한 징계가 포함돼 2억3,000만원이나 깎인 1억7,000만원을 받았습니다. 올 초에는 다시 2,000만원이 감봉돼 1억5,000만원에 계약했습니다.
2008년 2월에는 전훈에서 원인이 확실치 않은 어지럼증, 두통을 호소하며 두 번이나 중도 귀국했고 2011년 겨울에 실시한 마무리 전훈엔 허리 통증으로 일본 미야자키에서 도중에 귀국했으며 2012년 시즌 첫 훈련 때 실시한 체력테스트에 불참해 전훈 명단에서 제외돼 한때 트레이드 루머까지 나돌았습니다.
입단 첫 해부터 크고 작은 부상에 시달린 최희섭은 여러 차례 팀 전력에서 이탈하며 삐걱대 팬들로부터 비판도 받으며 2009년과 2010년을 제외하고는 규정타석을 채우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올해는 고민 끝에 연봉 삭감을 감수하며 해외 전훈에 참가한 결과 몸상태가 좋아져 예년과 다른 기대 이상의 활약을 하고 있습니다.
최희섭은 지난 21일 인천 문학구장에서 열린 SK전에서 0-0이던 5회 와이번스 선발 크리스 세든의 직구(시속 137㎞)를 좌중간 펜스를 넘어가는 솔로포를 작렬시키고 6-0으로 앞선 7회 2사 2루에서 윤길현의 슬라이더를 걷어 올려 오른쪽 담장을 넘기는 투런포(시즌 5호)를 날렸습니다.
그는 지난 17일 LG와의 경기부터 연속 경기 홈런을 4경기로 늘려 개인적으로 2009년 9월 19일(LG)∼25일(넥센)에 이어 국내무대 두 번째 4경기 연속 홈런을 기록했습니다. 올해 4경기에서 터진 5방의 홈런 중 승패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 것이 3번인데 SK와의 주말 두 경기에서 터트린 홈런은 모두 결승점이 된 알토란 같은 홈런입니다.
잦은 부상에 구단과 팬들에게 갖고 있던 부담감을 털어낸 최희섭이 중심 타선에서 톡톡히 활약하자 KIA 타선이 덩달아 살아나고 있습니다.
지난 해 KIA는 시즌 직전 우승 후보로 누구나 꼽았지만 최희섭과 이범호, 김상현 등 중심타자들이 동시에 몸상태가 좋지 않아 결장이 많아지자 4월초부터 중하위권에서 맴돌다가 결국 리그 5위로 마감했습니다.
KIA는 그러나 올해는 초반부터 선두를 달리며 5연승 등 9승을 올리고 연패는 한 차례도 없이 9승4패로 선두를 질주하고 있습니다.
최희섭은 3월 30일 개막 첫날 넥센전에서 5타수 2안타 1타점을 올렸고 홈런은 4월 17일 LG전부터 쏟아 올리기 시작했습니다. 4월 22일 현재 그의 타율은 3할5푼1리(9위), 20안타(공동 6위), 20타점(1위), 5홈런(공동 2위), 장타율 7할1푼9리(1위), 출루율 4할5푼7리(5위), 득점권 타율 4할4푼4리(4위)로 각 부문 상위 그룹에 올라 메이저리그 시절 좋은 타격감을 보였을 때 불렸던 ‘빅 초이’라는 별명을 떠올리게 만듭니다.
최희섭은 LA 다저스에서 뛰던 2005년 6월 11일 미네소타와의 3연전 첫 경기에서 2개, 이튿날 1개를 친 뒤 마지막 날 3연타석 날린 다음 하루를 쉬고 6월 15일 캔자스시티와의 경기에서도 1회 첫 타석에서 홈런을 터뜨려 4경기 연속 때리며 7방의 홈런 행진 기록한 적이 있습니다.
4경기 연속 홈런쇼를 벌이면서 무려 7개의 대포를 터트린 것인데 이는 1947년 피츠버그의 랄프 카이너가 4경기 연속해 아치를 그리면서 8방을 날린 데 이어 같은 기간 두 번째로 많은 내셔널리그 타자 2위 기록입니다.
최희섭이 홈런 두방을 날린 21일 김상현과 이범호도 담장을 넘겨 L(이범호)-C(최희섭)-K(김상현)포가 동반 폭발하고 마운드에서는 선발 양현종이 무실점으로 7이닝을 역투해, KIA의 올 우승 목표에 청신호를 알렸습니다.
최희섭은 경기 후 OSEN 기자와 인터뷰에서 “첫 타석에서 삼진을 당했던 것이 집중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그 당시에는 화가 났다. 너무 힘이 들어갔다. 그 다음부터 부드러운 스윙을 이어간 것이 홈런으로 이어졌다.”고 밝혔습니다.
김용달 KIA 타격코치는 "최희섭이 상체 대신 하체를 이용해 스윙할 수 있도록 골반과 히프 쪽 근육을 강화했고 타격 스탠스도 체격에 맞게 넓힌 것이 효과를 보고 있다"고 호타의 배경을 설명했습니다.
이순철 KIA 수석코치는 "최희섭의 열정이 살아났다. 자라나는 아이에게 아빠가 어떤 선수였는지 제대로 이름을 남기려면 뭔가를 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희섭이를 설득했고, 착실히 동계훈련을 소화한 덕분에 폭발력을 보여주는 것 같다"고 해외 전훈에서 성실한 훈련과 3살난 아들을 둔 그가 가정을 의식하게 돼 달라진 모습을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KIA가 우승하던 4년전 최희섭은 타율 3할8리에 홈런 33개(2위), 100 타점(4위)을 기록했는데 올해는 개인 기록이 적어도 부상만 없으면 더 좋아질 게 틀림없습니다.
OSEN 편집인 chunip@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