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시진 감독이 진단하는 정대현 부진 이유는?
OSEN 이대호 기자
발행 2013.04.23 06: 13

“팬들이 기대하는 만큼의 성적을 못 내고 있는 걸 잘 알고 있습니다. 빨리 팀을 추슬러 팬 여러분들의 성원에 보답할 생각뿐이죠.”
전화기 너머로 들리는 롯데 김시진(55) 감독의 목소리는 담담했다. 개막 후 5연승, 그러나 이후 7연패로 곤두박질치면서 마음고생이 많았던 김 감독이다. 현재 6승 1무 8패로 롯데는 7위에 머물고 있다.
롯데가 초반 고전을 면치 못하는 건 많은 돌발변수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그 가운데 주전 마무리투수 정대현의 부진은 뼈아프다. WBC에서 대표팀 뒷문을 잘 틀어막았던 정대현이지만 막상 롯데로 복귀해서는 부진하다. 세이브 하나 없이 블론세이브만 두 개, 피안타율은 정확히 5할이다. 예전 여왕벌 때의 공은 아니다.

결국 정대현은 22일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됐다. 김 감독은 “바로 올릴 생각은 없다. 자기 공을 던지게 되면 부를 것”이라고 말했다. 당분간 롯데 뒷문은 김성배 중심으로 돌아가게 된다.
그렇다면 정대현 부진의 이유는 무엇일까. 김 감독은 “내가 작년까지 상대 팀에서 보던 대현이의 공은 분명 아니다. 볼끝도 무뎌져 있고 변화폭도 적다”며 “몸에 큰 부상은 없다”고 답답한 심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김 감독은 두 가지 이유를 꼽았다. 첫 번째는 부상에 대한 걱정이다. 정대현은 작년 시즌 시작에 앞서 무릎 부상을 당해 1군 복귀까지 6개월이나 걸렸다. “한 번 부상을 당했던 곳에 대한 걱정은 계속 하기 마련이다. 대현이의 스트라이드(투구 시 보폭)이 좁아진 것 같은데 아무래도 부상 부위를 저도 모르게 보호하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정대현은 부상 복귀 후인 작년 후반기 눈부신 호투를 펼쳤다. 그리고 올해 초 WBC에서도 잘 던졌다. 그렇다 하더라도 한 번 부상을 당했던 선수는 계기만 있다면 언제든 다시 그 부위를 보호하려는 모습을 보인다는 것이 김 감독의 생각이다.
두 번째는 첫 단추를 잘못 채웠다는 점을 꼽았다. 정대현은 올해 WBC와 정규시즌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기 위해 겨우내 많은 준비를 했다. 하지만 지난달 31일 한화와의 시즌 첫 등판에서 4피안타 1실점으로 부진했다. 김 감독은 “첫 경기부터 안 풀려서 본인이 성적에 대한 부담감을 더 많이 가지게 된 것으로 보인다. 잘 해야 한다는 마음이 겹치면서 더 안 풀리고 있는 것 아니겠는가”라고 짚었다.
그 외에도 여러 복합적인 원인이 있는 것 같다고 말한 김 감독. 잠시 부진한 것은 사실이지만 정대현 정도의 선수는 곧 제 컨디션을 찾을 것이라는 믿음을 숨기지 않는다. 정대현이 1군으로 돌아올 때 롯데 불펜은 다시 완성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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