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상으로 뛰지 못하는 코비 브라이언트(35, LA 레이커스)가 감독으로 변신했다.
브라이언트는 지난 13일(이하 한국시간)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전에서 왼쪽 아킬레스건이 찢어지는 부상을 입어 시즌아웃 당했다. 수술을 받은 그는 21일 개막한 샌안토니오 스퍼스와의 미국프로농구(NBA) 플레이오프 1라운드 1차전 원정경기에서 동료들과 함께 하지 못했다.
자신의 집에서 TV로 레이커스 경기를 지켜보던 브라이언트는 답답한 나머지 트위터에 실시간으로 속풀이를 하기 시작했다. 그는 파우 가솔이 골밑에서 파울을 얻어내지 못하자 “내가 경기장에 있었다면 무슨 말을 했을까? ‘파우, (파울을 얻을 때까지) 엉덩이를 딱 붙이고 있어’라고 말했을 것”이라고 메시지를 남겼다.

레이커스는 드와이트 하워드(211cm)와 파우 가솔(216cm)이 지키는 골밑이 우세하다. 하지만 이날 골밑공격을 100% 활용하지 못했다. 햄스트링 부상에서 복귀한 스티브 내쉬도 3어시스트로 기대에 못 미쳤다. 레이커스는 가솔과 하워드가 36점, 31리바운드를 합작했지만 샌안토니오에 79-91로 크게 졌다.
골밑이 막히자 브라이언트는 답답한 나머지 “골밑, 골밑, 골밑. 파우와 하워드에게 공을 주란 말이야. 그럼 경기가 잘 풀릴 거야. 스퍼스가 두 선수를 어떻게 막는지 잘 보라고!”라면서 동료들을 격려했다.
레이커스는 토니 파커(18점, 8어시스트)와 마누 지노빌리(18점, 3점슛 3개)에게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파커의 날카로운 돌파는 하워드도 어쩌지 못했다.
브라이언트가 가만히 있을 리 없었다. 그는 “투우사처럼 파커를 막으란 말야”라며 또 메시지를 날렸다. 아마 그가 경기장에 있었다면 직접 파커를 막겠다고 나섰을지도 모르는 일. 막판 레이커스가 위기에 몰리자 브라이언트는 “이 경기만 잡으면 우리가 시리즈를 훔칠 수 있어”라고 끝까지 응원했지만 결국 소용없었다.
브라이언트의 응원은 실시간으로 TV중계방송에 소개됐다. 하지만 정작 레이커스 동료들과 마이크 댄토니 감독의 귀에는 들어가지 않았다. NBA선수들은 경기 중 휴대폰사용이 금지되어 있다. 이를 어기면 벌금을 물게 된다.
경기 후 브라이언트의 소식을 전해들은 댄토니 감독은 “훌륭한 조언이었다. 하지만 브라이언트는 지금 한 명의 팬일 뿐”이라며 농담을 던졌다. 이에 브라이언트는 “나보고 팬이라고? 신경질적이네. 하지만 감독이 그런 뜻으로 말하지 않은 걸 잘 안다. 별일 아니다”라며 웃어넘겼다.
2차전에서도 브라이언트의 유쾌한 감독변신은 계속된다. 그는 “2차전에는 가솔 유니폼을 입고 페이스페인팅까지 하고 경기를 봐야겠다. 그냥 경기를 보는 그대로의 느낌을 (트위터에) 전하는 것이지 의도적인 것은 아니다. 우리는 2차전에 괜찮을 것”이라고 희망의 메시지를 전했다.
LA 레이커스와 샌안토니오 스퍼스의 2차전은 오는 25일 오전 10시 30분에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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