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초이가 잠자던 김상현을 깨울 수 있을까.
CK포는 2009년 12년만의 우승을 이끌었던 브랜드였다. 4번타자 최희섭이 33홈런-100타점을 올렸고 5번타자 김상현은 36홈런-127타점을 기록했다. CK포는 우승의 원동력이었다. 23홈런-73타점을 올린 나지완까지 NCK포로 불리웠다.
2009년 당시 김상현은 4월 19일 트레이드로 유니폼을 입자마자 펄펄 날았다. 든든한 5번이 생기자 최희섭도 덩달아 방망이가 뜨거워졌다. 특히 당시 최희섭은 적어도 김상현에게는 1번타자 같았다. 김상현에게 찬스를 만들어주는 역할에 충실했다. 김상현은 홈런포를 날리며 차려준 밥상을 먹어치웠다. 김상현 빅뱅의 원동력 가운데 하나는 최희섭이었다.

그러나 이후 3년동안 CK포는 추억에 불과했다. 3년간의 성적을 살펴보면 최희섭은 37홈런, 163타점에 그쳤고 김상현은 39홈런 134타점에 그쳤다. 연 평균 12~13개의 홈런, 50~60타점에 그쳤다. 최희섭은 부상과 개인사까지 겹쳤고 김상현 역시 매년 잦은 부상에 시달렸다. 두 선수에 대한 평가도 갈수록 박해졌다.
2013시즌은 달라지고 있다. 최희섭이 5번타자로 이동하더니 화끈한 화력을 쏟아내고 있다. 개막 초반 홈런포가 주춤했으나 지난 주 4경기에서 5홈런을 날렸다. 타율 3할5푼1리의 고공행진에 20타점(1위)까지 쓸어담고 있다. 타선의 중심으로 모처럼 맹위를 떨치고 있다. 2009년의 빅뱅조짐을 보이고 있다.
최희섭과 달리 김상현은 악전고투했다. 13경기에 출전해 1할8푼2리, 33타수 6안타, 5타점, 1홈런에 그치고 있다. 개막 초반에는 김원섭에 밀려 선발출전도 못했다. 김주찬이 가세하면서 외야경쟁이 치열해졌고 입지는 좁아졌다. 결국 벤치에 앉아있다 가끔 출전하다보니 타격감도 살아나지 않았고 헛스윙으로 물러나는 장면이 많았다.
김주찬이 부상으로 이탈하고 김원섭이 부진하자 조금씩 기회를 얻었다. 최희섭이 5개의 홈런을 때린 4경기에서 모두 1안타씩 때리며 원기를 회복하고 있다. 특히 4월 21일 문학 SK전에서는 5회 투런홈런을 날려 첫 대포를 신고했다. 모처럼 CK포가 동반홈런을 날렸고 2009년의 기억을 되살렸다. 최희섭의 빅뱅에 김상현도 반응한 셈이다. 잠자던 김상현이 기지개를 켜기 시작한 것이다.
여전히 김상현의 위치가 불안하다. 확실히 주전을 잡았다고 보기 어렵다. 언제든 다시 김원섭이 나설 수도 있다. 일단 최근 상승세을 끌어올리는게 가장 큰 숙제이다. 만일 김상현이 살아난다면 KIA 타선의 파괴력은 더욱 커질 수 밖에 없다. 김상현이 이번 홈런포를 계기로 최희섭과 함께 또 다른 빅뱅의 진원지가 될 것인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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