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의 온도’ 이문정 “이민기·라미란과 궁합 좋았죠”[인터뷰]
OSEN 강서정 기자
발행 2013.04.23 09: 59

이문정, 쌀쌀한 봄 날씨 온도를 높여주는 배우였다. 처음 얼굴을 마주하고 얘기한 지 몇 분 지나지 않았지만 사람을 즐겁게 하는 구석이 있다.
이문정은 영화 ‘연애의 온도’(감독 노덕)에서 미스 최 역을 맡아 마치 우리의 모습을 보는 듯한 리얼한 연기로 극에 재미를 불어넣었다. 지난해 10월 개봉한 ‘회사원’으로 데뷔해 연기에 발을 내디딘 지 반년도 채 안됐지만 이문정은 마치 오래 연기생활을 한 배우처럼 ‘연애의 온도’에서 자연스러운 연기로 관객들에게 인상을 남겼다.
◆ “이민기 선배, 라미란 선배와 궁합 진짜 좋았죠.”

‘연애의 온도’는 3년 차 비밀연애커플 동희(이민기 분)와 영(김민희 분)이 헤어진 후에 직장동료로 다시 만나 사랑했을 때보다 더 뜨거워진 에피소드를 담은 영화로 시도 때도 없이 변하는 현실 연애의 모든 것을 다룬 영화.
이문정은 탈의실에서 동희(이민기 분)의 전 여자친구가 영(김민희 분)인줄 모르고 영 앞에서 두 사람의 관계를 욕하는 장면은 한 번에 몰입이 될 정도로 ‘진짜’ 같았다. 마치 탁구공이 왔다 갔다 하는 것처럼 라미란과 대사를 통통 주고받는 장면은 맛깔났다. 노덕 감독의 선택은 탁월했다.
“저랑 캐릭터랑 잘 맞았던 것 같아요. 감독님도 미스 최 역할 배우를 계속 찾고 있었는데 제가 마지막에 오디션을 보고 바로 캐스팅됐어요. 그리고 제가 분석한 미스 최를 감독님한테 얘기했는데 감독님이 원하는 캐릭터하고 같아서 더는 할 말이 없다고 했어요. 그래서 제가 잡은 캐릭터를 그대로 연기했어요. 그렇지 않았다면 감독님이 주문이 많았을 텐데 그렇지 않아서 가장 편안한 상태로 연기하니까 자연스럽게 그런 모습들이 나왔던 것 같아요.”
그만큼 촬영장 분위기도 좋았다. 배우들과 스태프들이 가족같이 지냈고 이런 분위기는 자연스럽게 배우들 간의 호흡으로 이어졌다. 영화를 본 관객들은 알겠지만 마치 내 주변 사람들을 보는 것처럼 현실적이었다.
“배우들하고 정말 유독 친했어요. 저와 상대배우의 앙상블이 정말 좋았어요. 궁합이 좋았죠. 특히 라미란 선배가 끼도 많고 현장에서 날아다녔어요. 연기가 텀블링 하는 수준이었죠. 라미란 선배가 대사를 잘 줘서 제가 그걸 받아서 주기만 하면 되니까 호흡이 최고였죠. 그리고 편집된 장면이긴 한데 이민기 오빠가 김민희 언니를 찾으려고 방을 일일이 다니는 장면에서 저한테 ‘영이 어딨어?’라고 묻는데 화가 나서 금방이라도 절 때릴 것 같은 느낌을 받을 정도로 연기를 해줘서 제 감정이 제대로 나올 수 있게끔 해줬어요.”
◆ “아버지 끼 물려받았죠.”
신예임에도 ‘연애의 온도’와 같은 생활연기가 가능했던 이유, 연극학을 전공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역시나 부모님에게서 범상치 않은 끼를 물려받았기 때문이다.
“아버지가 만능 탤런트 같은 분이세요. 대학 시절에 응원단장을 했을 정도로 춤도 잘 추시고 노래도 잘하시고 웃기기까지 해요. 개다리춤도 추고 그래요. 그래서 엄마 친구들이 아버지가 좋대요. 정말 웃기시고 재미있어서 만날 같이 놀고 싶다고 할 정도라니까요.(웃음)”
이문정은 어렸을 때부터 배우의 꿈을 갖고 있지 않았지만 그의 범상치 않은 어린 시절 생활을 보면 이문정이 배우가 되리라는 것을 예상할 수 있었을 것이다. 다른 아이들은 한창 만화에 빠져 애니메이션 채널만 볼 나이에 드라마란 드라마는 모두 섭렵했다. 올해 25살이지만 4살부터 드라마를 시청해 30대 후반과도 말이 통할 정도다.
“부모님께서 그러는데 4살부터 드라마만 봤대요. 이상하게 만화영화는 재미없더라고요. ‘LA 아리랑’(1995), ‘남자 셋 여자 셋’(1996) ‘청춘의 덫’(1999), ‘토마토’(1999), ‘유리구두’(2002) 다 봤어요. 드라마 스케줄은 다 외우고 있었죠. 친구들이 애니메이션 보는 시간에 저는 밖에 나가서 놀았죠.”
이문정이 살아온 얘기를 듣다 보면 어쩌면 배우가 된 건 그에게 운명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고등학교 때 우연히 연극부에 든 것도 그렇고 연극부에서 낮은 톤의 목소리 콤플렉스를 극복하고 배우가 되겠다고 마음먹은 것까지 모두 이문정에게 배우는 천직이었다는 알려주는 과정이 아니었을까.
“고등학교 때 활동적인 걸 하고 싶었어요. 운동을 정말 좋아하는데 배드민턴부는 4시간 동안 배드민턴만 해야 한다고 하고 밴드 동아리도 있었는데 악기를 다루지 못하고 노래도 못해서 연극부에 들었죠. 뽑는 기준이 목소리 큰 사람이었는데 소리를 크게 질렀더니 합격했어요. 목소리 톤이 낮은 게 콤플렉스여서 목소리 성형도 찾아보고 그랬는데 연극부 활동을 하다 보니 목소리에 자신감을 찾았어요. 친구들이 많은 사람 속에서도 제 목소리는 알겠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이걸 내 장점으로 키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제가 평범하게 살았다면 사람들이 목소리 특이하다고 했을 텐데 배우를 하면 다른 사람과 다른 게 장점일 수 있겠구나 해서 배우가 되기로 결심했어요.”
그런데 이문정, 연기만 잘하는 것이 아니라 승마, 스키, 요리까지 못 하는 게 없다. 거기다 러시아에서 4년 동안 살아서 러시아어에 능통하다.
“어렸을 때만큼 러시아어를 잘 하지는 않지만 리스닝은 가능해요. 러시아 첩보 역할도 문제없어요.(웃음) 그리고 승마는 비싸서 접하기가 어려운데 예전에 전국민말타기 대회가 있었어요. 한 급수에 9만 원만 내면 나머지는 국가에서 지원을 해줬어요. 타이밍이 좋아서 신청해서 제대로 교육받았죠. 중급 정도까지 탈 수 있어요.”
이제 이문정은 앞으로 쭉쭉 걸어나가야 할 신예. 배우로서의 목표를 물어봤더니 역시 신예답게 패기 넘치는 대답을 했다.
“이 모습으로 머물러 있는 배우가 아니라 다양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어떤 역할이라도 다 소화할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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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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