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간판 예능프로그램 ‘일밤’이 긴 암흑기를 벗어났다. 그것도 방송가의 성공 법칙인 스타 MC 없이 묵묵히 이뤄낸 성과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 하다.
시청률조사회사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일밤-아빠 어디가’는 지난 21일 방송에서 13.1%의 전국 시청률을 기록, 동시간대 1위를 했다. 또 다른 코너인 ‘진짜 사나이’는 9.9%의 시청률을 기록해 시청률 부동의 1위인 SBS ‘일요일이 좋다-런닝맨’을 위협하고 있다.
이는 지난 해 3%의 애국가 시청률로 KBS 2TV ‘해피선데이’, SBS ‘일요일이 좋다’와의 경쟁구도에 끼지도 못했던 것과 비교하면 괄목할만 한 상승세다. 토요일에 방송되는 ‘무한도전’ 외에는 주말 예능 프로그램의 기세가 예전만 하지 못했던 MBC로서는 천군마마를 얻었다. 더욱이 국민 MC 강호동과 유재석이 버티고 있는 SBS ‘일요일이 좋다’를 상대로 동등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그동안 일요일 예능프로그램은 강호동과 유재석이 이끄는 예능프로그램이 번갈아가면서 맹주로서 위엄을 떨쳤다. 강호동의 KBS 2TV ‘해피선데이-1박2일’, 유재석의 ‘일요일이 좋다-패밀리가 떴다’와 ‘일요일이 좋다-런닝맨’이 동시간대 경쟁프로그램을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때문에 두 사람은 일요일 예능 황태자로 군림했다. 두 사람이 떴다 하면 시청률 1위는 보장됐으니 두 사람을 기용하지 못한 MBC로서는 속이 쓰릴 대로 쓰렸다.
그런데 ‘일밤’이 제대로 사고를 쳤다. 시청률 보증수표 강호동과 유재석 없이도 재미와 화제성, 그리고 시청률까지 예능 프로그램이 잡아야할 3대 요소를 모두 챙기고 있다. 이는 오랜 침체를 딛고자 관찰 예능프로그램이라는 실험적인 카드를 내세운 제작진의 노림수가 통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아빠와 아이들의 오지 여행기를 다룬 ‘아빠 어디가’, 남자들의 군대 체험기를 그린 ‘진짜 사나이’는 모두 가공적인 웃음을 지양한 청정 예능 프로그램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제작진의 개입이 최소화된 상태로 출연진의 돌발상황과 그들이 펼쳐내는 진솔한 이야기는 공감과 재미를 동시에 선사하고 있다.
결국 소구력을 갖춘 콘텐츠가 스타 MC의 부재로 인한 화제성이 약할 수 있다는 약점을 덮어버린 셈이다. '일밤'이 터뜨린 대형 홈런은 안정적인 시청률을 위해 스타 MC에 목을 맬 수밖에 없는 방송가에 신선한 충격을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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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