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노래자랑’은 예상했던 대로 웃겼고 눈물도 나는 영화다. 그런데 억지로 요구하지 않은 눈물과 웃음이라 시작부터 끝날 때까지 기분 좋은 상태가 유지된다.
‘전국노래자랑’이 23일 오후 2시 서울 건대 롯데시네마에서 베일을 벗었다. 개그맨 겸 영화제작자 이경규가 6년 만에 내놓은 영화는 전작 ‘복면달호’ 만큼 훈훈함으로 가득했다.
‘전국노래자랑’은 가수의 꿈을 안은 사람들이 TV 프로그램 ‘전국노래자랑’에 출연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 무려 33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대한민국 최장수 프로그램 KBS 1TV ‘전국노래자랑’을 영화화한 작품이다.

영화는 실제 프로그램에 출전한 전국팔도 수많은 참가자들의 사연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만큼 리얼함이 배가돼 마치 ‘전국노래자랑’의 뒷얘기를 담은 백스테이지 프로그램을 보는 듯하다. 그 정도로 영화에 대한 몰입도는 높다.
가수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전국노래자랑’에 도전하는 봉남(김인권 분), 지역구 표심 관리를 위해 출연을 결심한 다혈질 음치 시장 주하나(김수미 분), 산딸기 엑기스를 홍보하기 위해 사장의 제안으로 한복까지 입고 나선 현자(이초희 분), 할아버지와 살다가 멀리 떨어져 살아야 하자 할아버지에 대한 마음을 전하기 위해 출연을 강행하는 손녀 보리(김환희 분).
모두의 사연은 ‘전국노래자랑’에서 수없이 봐왔던 얘기들이다. 지극히 평범한 얘기지만 우리 주변의 스토리라 자연스럽게 눈길이 간다. 그래서 영화의 주인공은 김인권이지만 이외에도 김수미, 이초희, 김환희의 에피소드 하나하나가 허투루 느껴지지 않는다.
영화의 재미는 배우들이 선보이는 무대로 더해진다. 봉남은 싸이의 ‘챔피언’을 부르고 현자는 박기영의 ‘시작’, 주하나 시장은 윤희상의 ‘카스바의 여인’, 보리는 홍민의 ‘부모’ 등을 열창, 분위기를 한껏 끌어올린다.
특히 ‘전국노래자랑’의 실제 MC인 송해가 출연, 배우들과 맞추는 호흡이 맛깔나다. 방송에서 어린이부터 어르신들까지 전 세대를 아우르는 화려한 입담과 독보적인 진행솜씨가 스크린에서 유감없이 발휘된다. 진짜 방송을 진행하듯이 배우들의 대화에서 추임새를 넣는 송해의 진행력은 무릎을 탁 치게 만들 정도로 일품이다.
12세 이상 관람가에 112분의 길지 않은 러닝타임으로 가족들이 함께 편안하게 볼 수 있는 말 그대로 가족오락영화다. 오는 5월 1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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