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안)현수 형을 만났는데, 러시아 선수들은 장거리를 거의 포기했다더라. 네덜란드가 장거리에서 너무 세니까".
이승훈(25, 대한항공)은 씩 웃으며 덧붙였다. "하지만 나는 이기기 위해 장거리에 전념할 생각이다"라고. 한국 장거리 빙속의 간판스타로 자리매김한 이승훈의 2014 소치동계올림픽을 향한 출사표였다.
이승훈은 지난 22일 대한빙상경기연맹이 서울 방이동 올림픽 파크텔에서 2012-2013시즌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입상한 빙상 국가대표 선수를 대상으로 진행한 포상금 수여식에 참석했다. 이날 행사에 앞서 열린 국가대표 선수단 미디어데이에 스피드스케이팅 국가대표 이상화, 모태범과 함께 참석한 이승훈은 이 자리에서 소치를 향한 각오를 밝혔다.

이승훈은 "지난 시즌이 워낙 부진해서 목표도 낮게 잡았었다. 하지만 메달도 땄고 좋은 성적을 거둬서 개인적으로는 좋은 시즌이었다고 생각한다"며 "지금부터가 중요하기 때문에 남은 기간 준비 잘해서 소치에서 좋은 성적 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운을 뗐다.
스스로 곱씹어도 아쉬움이 남는 지난 2년이었다.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의 기적같은 금메달 이후 한국 빙속의 간판으로 떠오른 이승훈이지만, 이후 부상 여파로 인한 부진에 어려운 시즌을 보내야 했다. 장거리 무대에서는 네덜란드세의 약진에 밀려 번번이 중하위권으로 처졌고 슬럼프에 빠졌다.
그러나 이승훈은 점차 컨디션이 올라오면서 종별 세계선수권대회 1만m 4위를 기록, 자신의 실력을 입증했다. 이미 세계선수권대회 직전 열린 월드컵 8차대회서 이 종목 동메달을 목에 걸며 부활을 예고한 이승훈은 세계선수권대회 팀추월에서도 은메달을 기록해 분명한 상승세를 그리고 있다.
이승훈은 "지난 시즌을 준비하면서 이제 많이 좋아졌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네덜란드 선수들이 나보다 더 많이 발전한 것 같아 놀라웠고, 그로 인해 더 자극을 받은 것 같다"며 "네덜란드 선수들을 반드시 이기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근 한국에 입국한 안현수(28)를 만난 이야기도 들려줬다. "얼마 전에 (안)현수 형을 만났는데, 러시아 선수들은 장거리를 거의 포기했다더라. 네덜란드가 장거리에서 너무 세니까. 하지만 나는 이기기 위해 장거리에 전념하겠다"고 오기를 보였다. 부진 속에서 치른 지난 시즌이 자신에게 남긴 것은 바로 그 '자극'이라는 강조와 함께였다.
"잘해서 이기고 싶지만 욕심만 낸다고 되는 일은 아닐 것이다. 그래도 최선을 다한다면 특히 올림픽 결과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하는 법"이라며 의욕을 드러낸 이승훈의 '소치행 부활찬가'는 이제 막 시작됐을 뿐이다.
costball@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