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끌미끌' 정대세, 수원이 더 속타는 이유
OSEN 우충원 기자
발행 2013.04.24 06: 59

미끄러지고 또 미끄러졌다. '인민루니' 정대세(28)가 그라운드서 미끄러지면서 침묵하는 동안 수원도 ACL 조별리그서 미끄러지고 말았다.
정대세는 23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3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H조 조별리그 5차전 센트럴 코스트와 경기서 선발 출장했다. 최전방 공격수로 나선 정대세는 90분 풀타임을 뛰었지만 센트럴코스트의 골망을 열지 못하고 팀의 무득점 패배를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대전을 상대로 해트트릭을 작성, 분위기 반전에 나섰던 정대세는 결국 고개를 숙이고 말았다.
물론 정대세가 이날 기회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정대세는 이날 수원이 기록한 사실상 유일한 득점 기회를 맞이했다. 후반 29분 정성룡이 길게 내 찬 롱킥을 라돈치치가 머리로 떨어뜨린 볼을 이어받은 정대세가 센트럴 코스트 수문장 매튜 라이언과 일대일 상황을 만들었다. 하지만 정대세가 시도한 슈팅은 골대를 벗어났다. 

올 시즌 K리그 클래식서 정대세는 6경기에 출전해 4골 2도움을 기록하고 있다. 올 시즌 첫 어시스트는 전북전에 만들어 냈다. 또 대구를 상대로 마수걸이 골을 터트렸다. 당시 골을 터트린 정대세는 눈물을 통해 그동안의 부진을 씻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대전과 경기서는 해트트릭을 작성했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순간에는 침묵하고 말았다. 정대세는 지난 서울과 '슈퍼매치'서 어이없는 플레이를 펼쳤다. 이해할 수 없는 플레이로 퇴장 당하면서 팀은 위기를 맞았다. 다행이 라돈치치가 교체 투입된 후 천금 같은 결승골을 터트리며 팀을 구해냈다. 그동안 정대세는 라커룸에서 동료들의 경기 결과를 기다리고 있었다.
'슈퍼매치'의 퇴장전에도 팬들에게 아픔을 안긴 기억이 있다. 지난 3일 열린 ACL 3차전 가시와 레이솔(일본)과 홈 경기서 정대세는 2개의 페널티킥을 얻어내고 모두 실패했다. 수원은 총 이날 페널티킥을 4개 얻어냈지만 모두 실패했다. 이후 모두 실점으로 이어지면서 2-6으로 완패했다.
패배의 멍에를 벗을 수 없다. 주축 공격수로서 2번의 페널티킥을 모두 실축했다. 동료들의 사기가 급격히 떨어졌음은 두 말하면 잔소리다. 의욕이 너무 앞섰다. 페널티킥 키커 선정을 두고 동료 공격수와 묘한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이날 경기서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비가 오는 날씨 때문에 정상적인 그라운드 컨디션은 아니었지만 정대세는 자주 미끌어졌다. 또 센트럴 코스트의 거친 수비를 뚫지 못했다. 함께 선발 출장한 스테보가 드리블 능력이 뛰어난 선수가 아니고 몸싸움과 헤딩을 통해 플레이를 펼치는 선수이기 때문에 정대세의 활발한 움직임은 수원에게 중요했다.
 
축구화 문제인지 혹은 정대세의 플레이가 위축된 것인지는 선수 본인이 가장 잘 알겠지만 상대 수비와 경쟁서 어려움이 따랐다. 최전방 공격수인 정대세는 이날 단 한개의 슈팅밖에 기록하지 못했다. 라돈치치가 머리로 연결한 기회를 제외하고는 변변이 슈팅 조차 만들어 내지 못했다.
K리그 클래식서도 하위권팀들에 집중된 정대세의 득점은 아시아 무대서는 터지지 않았다. 센트럴 코스트와 1차전서는 풀타임 출전했지만 골 맛을 보지 못했다. 2차전인 귀저우 런허전서는 부상으로 나서지 않았다.
가시와 레이솔과 홈 & 어웨이전서는 2경기 모두 선발 출전했다. 홈 경기서는 언급한 것처럼 PK 2개를 실축했고 2차전 일본 원정서는 선발 출전했지만 후반 13분 라돈치치와 교체됐다. 이날 수원은 0-0 무승부를 기록했다.
호주 A리그 우승 후 16시간의 비행시간을 통해 체력적으로 정상이 아닌 센트럴 코스트를 상대로 정대세는 돌파를 시도하지 못했다. 물론 센트럴 코스트가 수비적으로 경기에 임했기 때문에 부담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일본 J리그와 독일 분데스리가서 활약했던 정대세라면 기회를 만들어냈어야 한다.
현재 수원은 정대세와 스테보를 주 공격수로 기용하고 있다. 정대세가 골 맛을 보지 못하는 동안 수원은 ACL 조별리그서 탈락하고 말았다. 정대세가 골을 터트려야 하는 이유는 중요하다. 축구화가 좋지 않아 미끄러졌든 혹은 상대가 수비적 전술을 펼쳤든 간에 반전의 기회를 만들어야 하는 것이 정대세의 역할이다.
정대세는 올 시즌 15골을 목표로 정했다. 하지만 현재 추세라면 강팀과 대결서는 특별한 모습을 보여줄 수 없다. 수원의 최전방 공격수라면 달라져야 한다. 기회가 왔을때 살려야 하고 또는 동료에게 더 적극적으로 기회를 만들어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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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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