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구 신기록’ 추신수, 부상 위험은 어쩌나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3.04.24 06: 21

기록을 다시 썼는데 그 기록이 그다지 유쾌하지는 않다. 선수의 몸에 썩 좋지 않은 기록이기 때문이다. 추신수(31, 신시내티 레즈)가 4월에만 10개의 사구를 기록한 가운데 이를 지켜보는 팬들의 심정은 조마조마 그 자체다.
추신수는 23일(이하 한국시간) 그레이트 아메리칸 볼파크에서 열린 시카고 컵스와의 경기에서 3타수 무안타를 기록했으나 2개의 볼넷(1고의사구)과 1개의 사구를 얻어 세 차례나 출루했다. 비록 안타를 치지는 못했지만 볼넷과 사구 덕에 추신수의 출루율(.521)은 크게 떨어지지 않은 채 내셔널리그 선두를 굳건히 지켰다.
그런데 이 경기에서는 하나의 웃지 못 할 기록이 나왔다. 추신수는 이날 사구로 4월에만 10번이나 공에 맞았다. 이는 1903년 5월 마이크 돈린이 9개의 사구를 기록한 것을 뛰어 넘는 구단 역사상 월간 최다 사구 기록이다. 우리로 치면 조선시대 나왔던 기록이 110년 만에 경신된 셈이다. 메이저리그(MLB) 전체를 놓고 봐도 한 달간 10사구는 1997년 8월 크레이그 비지오 이후 처음 나오는 진기록이다.

추신수는 아직 4월에만 8경기가 더 남아 있다. 때문에 1986년 6월 돈 베일러가 기록한 한 달 최다 사구 기록(11개)의 경신이 유력하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올 시즌 들어 추신수는 사구를 기록한 경기가 9경기, 사구가 없었던 경기가 10경기로 비율은 엇비슷하다. 이를 고려하면 신기록 제조(?)도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문제는 그 기록이 득점이나 타점이 아닌 사구라는 점이다. 타격은 눈 깜짝할 사이에 홈 플레이트를 통과하는 공에 대한 두려움을 떨쳐버리는 것에서 시작한다. 흉기나 마찬가지인 투구에 맞는 것을 좋아하는 타자는 당연히 없다. 일반적인 실투는 이해하고 넘어가는 것이 대부분이지만 상당한 통증은 불가피하다. 경기력에 직접적인 영향이 생긴다. 자칫 잘못하면 큰 부상을 당하는 경우도 있다.
추신수도 사구에 대한 악몽이 있다. 지난 2011년 6월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의 경기에서 조나단 산체스의 공에 엄지 손가락을 맞아 골절상을 입었다. 수술까지 받았고 재활 이후에도 한동안 몸쪽 공에 대한 두려움이 추신수의 머릿속을 맴돌았다. 추신수는 최근 사구 퍼레이드에 대해 큰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지만 자신도 이런 상황이 유쾌하지 않을 법하다. 
현재까지 기록한 10개의 사구 중 머리 등 치명적인 부위로 날아온 위협구는 없었다. 살짝 맞은 공도 있었다. 그러나 등에 맞은 적도 있었고 팔꿈치를 살짝 스치고 지나간 경우도 있었으며 무릎 쪽을 통과하는 공도 있었다. 조금만 대처가 늦었다면 큰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는 아찔한 장면이었다. 게다가 10개의 사구는 대부분 포심·투심·싱커·커터 등 패스트볼 유형이었다. 10번째 사구였던 트래비스 우드의 공만 커브였다. 역시 공이 빠를수록 부상 위험이 커진다.
추신수는 상대적으로 타석에 바짝 붙는 편이다. 여기에 바깥쪽 공략에 능하고 밀어치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그러다보니 투수로서는 몸쪽 승부가 필수적이다. 여기서 실투가 나오면 사구의 확률이 높아진다. 추신수가 현재의 방식을 고수하는 한 사구의 위험성은 상존한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고 추신수가 자신의 스타일을 바꿀 수도 없는 노릇이다. 다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출루보다는 선수의 몸이 더 중요하다는 사실이다. 신의 가호가 추신수와 함께 하길 기도해야 할 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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