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호(31, 오릭스 버팔로스)의 방망이가 식을 줄을 모른다. 일본의 대표적 에이스인 다나카 마사히로(25, 라쿠텐 골든이글스)도 이대호를 피해가지 못했다. 이처럼 최고의 컨디션을 과시 중인 이대호가 타격왕 타이틀을 향해 나아갈 수 있을지도 관심을 모은다.
이대호는 23일 일본 오사카 교세라돔에서 열린 라쿠텐과의 경기에서 4타수 3안타 1볼넷 1타점을 기록했다. 3안타를 모두 다나카에게 뽑아냈다. 다나카는 다르빗슈 유(27, 텍사스 레인저스)와 함께 현존하는 일본 최고의 에이스로 손꼽힌다. 2011년에는 19승을 올리며 사와무라상을 수상했고 잔부상에 시달린 지난해에도 10승4패 평균자책점 1.87로 이름값을 했다.
그러나 이런 다나카도 이대호의 방망이를 이겨내지 못했다. 그만큼 이대호의 감이 뛰어났다. 첫 타석에서 무리하지 않고 볼넷을 고른 이대호는 두 번째 타석인 3회 2사 2루에서 다나카의 포크볼을 받아쳐 중전 적시타를 뽑았다. 백미는 5회 세 번째 타석이었다. 다나카의 떨어지는 슬라이더(135㎞)를 제대로 걷어 올려 역시 중전안타를 만들어냈다. 이대호의 완벽한 중심이동과 배트 컨트롤이 탄성을 자아냈다.

네 번째 타석이었던 7회 무사 1루에서는 기어이 다나카의 직구까지 이겨냈다. 전 세 타석에서 다나카의 직구에 다소 밀리는 듯한 모습을 보였던 이대호는 2구째 148㎞짜리 직구를 밀어 쳐 우측 펜스를 직격하는 큰 타구를 만들어냈다. 경기 초반부터 꾸준히 밀어치는 타격에 주력했던 이대호의 노력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다나카의 주 구종인 직구·슬라이더·포크볼이 모두 이대호의 먹잇감이 된 셈이다.
다나카의 구위가 좋지 않았던 측면은 있지만 이날 경기는 상징적인 의미를 갖는다. 이대호는 최근 상대 투수들의 집요한 바깥쪽 승부에 말려들지 않고 있다. 좋지 않은 공은 그대로 보낸다. 이러다보니 상대 투수들은 이대호와의 승부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러다보면 실투가 나올 확률이 높아지고 이를 놓치지 않는 선순환의 고리가 살아났다. 욕심을 내지 않고 차근차근 상대 투수의 약점을 공략하다보니 타율도 높아진다. 그러다 걸리면 장타다.
타율도 다시 오르고 있다. 개막 이후 4할 타율을 유지했던 이대호는 최근 3할 중·후반대까지 타율이 떨어졌다. 그러나 최근 7경기 연속 안타를 몰아치며 타율을 3할9푼까지 끌어올렸다. 22일까지 퍼시픽리그 타율 2위였던 이대호는 이날 3안타로 라쿠텐의 맥게히(.384)를 제치고 리그 타율 1위에 올라섰다. 센트럴리그를 통틀어서도 주니치의 루나(.391)에 이은 2위다.
이대호 앞에 위치하는 이토이 요시오(32)의 맹활약도 호재다. 이토이는 23일 현재 타율 3할1푼, 출루율 4할8리, 5도루를 기록하고 있다. 루상에 나가는 능력도 뛰어날 뿐만 아니라 도루 능력까지 갖췄다. 이토이가 출루하면 투수로서는 이대호와의 승부에 전념하기 어렵다. 이날 다나카도 그런 기색이 역력했다. 이대호로서는 지난해보다 좀 더 편한 상황이 자주 찾아오는 것이다. 스스로의 업그레이드와 동료들의 지원까지 더해진다면 타격왕 도전도 결코 꿈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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