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안다고 했던가. 아마도 올 시즌 롯데와 한화 팬들은 같은 심정에 울고 있을지 모른다. 바다 바깥에서 들리는 해외파들의 활약과 팀 부진이 중첩되며 쓰린 속을 달래고 있기 때문이다.
롯데와 한화는 시즌 초반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한화-NC전와의 첫 5경기를 모두 쓸어 담으며 경쾌하게 출발한 롯데(6승8패1무)는 그 후 1승8패1무의 늪에 빠지며 7위에 처져 있다. 7연패를 경험하기도 했다. 한화(4승14패)는 사정이 더 심각하다. 개막 후 13연패라는 치욕적인 성적을 받아 들었다. NC와의 3연전을 싹쓸이한 뒤 지난 21일 잠실 두산전에서 승리하고서야 가까스로 탈꼴찌에 성공했다.
부진에는 여러 이유가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전력이 계속 약해진 탓이 크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이제는 해외에서 활약하고 있는 이대호(31, 오릭스 버팔로스)와 류현진(26, LA 다저스)라는 전직 간판스타들의 부재가 있다. 이들이 떠난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쳐도 그에 걸맞은 전력 보강이 제대로 되지 않은 것이 여실히 드러나고 있는 양상이다.

롯데는 든든한 4번 타자가 없다는 약점을 가지고 있다. 이대호가 떠난 뒤에는 홍성흔(두산)이 그 몫을 어느 정도 했지만 그 홍성흔마저 FA로 팀을 떠났다. 강민호 전준우 김대우 등 몇몇 대체 자원들이 4번에 투입되고 있으나 아직은 활약이 저조하다. 강민호는 4번 타순에서 1할3푼, 전준우는 1할8푼2리에 그쳤다. 부담감 탓인지 선수들이 가지고 있는 기본 기량조차 나오지 않고 있다. 김대우가 2할9푼5리로 그나마 나은 상황이지만 아직은 좀 더 지켜봐야 한다.
한화도 에이스 부재에 속앓이를 하고 있다. 데니 바티스타(2승2패, 평균자책점 3.60)가 분전하고 있지만 김혁민(4패2홀드, 6.75) 유창식(1승3패1홀드, 13.09) 등 류현진의 뒤를 이어 토종 에이스로의 성장을 기대했던 선수들의 활약상이 저조하다. 여기에 류현진의 직접적인 대체자로 큰 기대를 모았던 대나 이브랜드(2패, 7.79)도 첫 승 신고가 ‘아직’이다. 연패를 끊을 만한 확실한 에이스 부재도 한화의 부진을 부채질했다.
물론 이대호와 류현진은 두 팀을 넘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투·타의 간판들이다. 두 선수의 몫을 온전히 대체하기는 어렵다. 애당초 쉽지 않은 과제였다. 구단 차원에서도 노력을 기울였으나 결과가 나오지 않은 측면도 있다. 하지만 그러는 사이 팀 전력에는 큰 균열이 생기고 있다. 그리고 그 공백은 시간이 지날수록 도드라질 가능성도 있다. 지금부터의 행보가 두 팀의 향후 몇 년을 좌우할 수도 있다. 과연 두 팀은 어떤 해답을 향해 움직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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