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형범의 ‘성장통’과 NC의 현주소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3.04.24 10: 40

“자기 나름대로는 결정구를 던진 것이었어요. 그런데 그 공이 홈런이 되고 경기 후 인터뷰에서도 노리고 있던 공이라고 했으니 이른바 ‘멘붕’이 온 모양이더라고요”.
패기만 갖고 세상을 살아가기는 힘들다. 짬밥이라는 경험이 주는 귀한 수업료도 지불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만큼 세월이 주는 경험은 사람을 만들고 팀의 역사를 만든다. 2년차 우완 이형범(19, NC 다이노스)의 성장통은 신생팀으로서 좌충우돌하며 성장통을 겪고 있는 팀과 닮았다.
화순고를 졸업하고 지난해 신인 드래프트 특별 우선지명을 통해 NC 유니폼을 입은 이형범은 지난 21일 목동 넥센전에서 1군 데뷔전을 가졌다. 지난해 퓨처스리그 한 시즌을 치렀으나 퓨처스리그와 1군은 엄연한 차이가 있다. “적어도 평균 구속 5km가 빠르고 무엇보다 실투 횟수에 현격한 차이가 있다”라는 것이 관계자들과 선수들의 중론이다.

이형범의 첫 경험은 뼈아팠다. 넥센전에서 이형범은 세 번째 투수로 등판했으나 1⅔이닝 2피안타(탈삼진 1개, 사사구 2개) 2실점으로 뼈아픈 신고식을 치렀다. 특히 1-8로 뒤진 6회 지난해 홈런왕 박병호에게 결정구 슬라이더(132km)를 던졌다가 우월 스리런을 내주며 노성호의 승계 주자까지 홈으로 들여보내고 말았다. NC의 추격 끈이 완전히 끊어진 녹다운 쐐기포였다.
구단 관계자는 박병호의 홈런 후 이형범에 대해 이야기했다. “형범이가 나름대로 공 들여 던진 공이었고 ‘적중했다’라고 싶었다더라. 그런데 그걸 박병호가 밀어쳐서 걷어올려 버리더라. 형범이가 홈런 후 멘탈붕괴가 왔다며 고개를 떨궜다”라는 것이 구단 관계자의 전언. 경기 후 박병호는 “슬라이더를 노리고 있었다”라며 홈런 배경을 설명했다.
바깥쪽 낮게 걸친 결정구. 웬만해서는 넘기기 힘든 코스다. 그 공들여 던진 공이 너무도 쉽게 홈런으로 이어졌으니 신예 투수가 놀랐을 수 밖에. 그런데 반대로 생각해보면 박병호도 불과 2년 전까지 미완의 유망주로 평가받던 선수다. LG에서 넥센으로 트레이드된 후 출장 기회를 꾸준히 얻으며 4번 타자로 성장, 리그 굴지의 거포로 자리매김했다. 수년 전 박병호는 이형범의 현재와도 비슷했다.
이형범의 멘탈붕괴처럼 현재의 NC도 1군 무대가 호락호락하지 않음을 몸으로 겪고 있다. 시즌 전적 3승 13패로 최하위에 최근 5연패. 23실책을 저지르며 제대로 잠구는 야구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으며 팀 타율은 2할3푼2리로 최하위다. 지난해 퓨처스 남부리그를 평정했다고 해도 시즌 초반부터 형님들의 무서움을 제대로 체험 중이다. 파이팅만이 능사가 아님을 몸으로 겪고 있다.
‘아프니까 청춘이다’라는 말이 있다. 해사한 얼굴로 1군 무대에 뛰어든 막내는 “나도 잘 할 수 있다”라며 각오를 밝혔다가 형들의 카운터펀치를 맞고 얼굴에 생채기를 내는 중. 그러나 그 상처는 단순한 상처가 아니다. 진짜 1군 선수, 1군 구성원이 되기 위한 과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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