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 영화가 나왔다. 영화 속에서 좋은 배우가 되고자 했던 신인 여배우는 권력 앞에서 육체와 정신을 유린당한다. 마치 전국을 들썩이게 했던 故장자연 사건을 연상케 하듯 말이다.
그 누구도 쉽게 입을 떼지 못했던 연예계 성상납 이야기를 입봉작으로 선택한 용감한(?) 사람, 바로 최승호 감독이다. 최승호 감독의 입봉작 '노리개'는 한 여배우를 죽음으로 몰아넣은 비극 앞에서 한 열혈 기자와 여검사가 진실을 쫓아 거대 권력집단과의 싸움을 벌이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지난 16일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OSEN과 만난 최승호 감독은 연예계 성상납을 소재로 선택한 것에 대해 어려운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다는 대답을 내놨다. 그런데 왜 하필 성상납이었을까. 어려운 이야기는 우리 주변에 많은데 굳이 연예계의 성상납을 선택한 이유가 따로 있었을까. 그는 이에 대해 자기 자신에 대한 고해성사도 있었다며 의외의 이야기를 들려줬다.

"처음엔 얕은 수로 시작을 했어요. 그간 상업적이지 않은 작업들만 하다보니 제 영화 인생에 승부를 걸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제가 법대를 나왔으니 법정드라마에는 자신이 있었고 제 영화 인생의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니 어려운 이야기를 해보는게 나쁘지는 않겠다 싶더라고요. 그렇게 시작을 했는데 하다보니까 이게 허투로 다룰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니더라고요. PD하고 각색을 해갔는데 그분이 주지시켰던게 이것은 쉽지 않은 이야기고 상처 받을 수 있는 사람이 많은 이야기니까 신중하게 가야한다는 거였어요. 그리고 시나리오를 수정하면서 저 역시도 극 중 캐릭터인 정지희 인물에 감정 이입이 돼서 엄청난 부담과 압박감을 받았었죠."

"왜 하필 성상납을 선택했냐고요? 사실 저 개인에 대한 고해성사가 있어요. 제 나이가 마초로 가기 바로 직전의 나이인데 저는 남아선호사상을 직접 눈으로 봐왔어요. 남존여비라는 단어가 존재하던 때에 아들을 못낳는다고 소박맞는 사극들도 많았었죠. 여자에 대해서 여자를 하나의 인격체로서 보는 교육을 받은 세대는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리고 직장 생활을 5년간 하다보니 조직사회에 물들기 위해 어느 정도 술자리에 익숙해지고 저 역시도 여성을 인격체로서 잘 보고 있는가 고민하게 됐죠. 그런 측면도 있었고 '노리개'의 모티브가 됐던 故장자연 사건 자체가 아이러니한 면이 있어요. 국민의 법상식하고 실제 현실의 재판하고 괴리감이 있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국민이 갖고 있는 법상식선에서 재판이 진행되면 어떨까라는 개인적인 궁금증이 있었어요."
아무래도 민감한 문제다 보니 영화를 준비하면서 자신에게 닥칠 외압 등에 대한 두려움은 없었을까. 하고 싶은 말은 꼭 해야만 직성이 풀린다며 자신의 성격을 묘사한 최승호 감독은 한번 마음먹으면 두려움은 없어진다고 말했다.
"저는 하고 싶은 말은 잘 못참아요. 왜 술자리 분위기를 망치는것 알면서도 말하는 사람 있잖아요. 그게 저에요(웃음).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겠다고 마음먹으면 두려움이 사라져요. 그리고 이 영화를 보고 움찔하면 그 사람이 범인 아닐까요(웃음). 그래서 두려워할 필요는 없는 것 같아요. 주위에서 우려와 걱정을 표하지만 마음먹은 이상 그런 시선들이 전혀 도움이 안되더라고요."

'노리개'가 故장자연 사건을 모티브로 하고 있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 영화를 보는 관객들은 때문에 극 중 여주인공을 지켜보면서 스스로 생을 마감해야 했던 故장자연을 자연스레 떠올릴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최승호 감독은 초반에는 영화를 보며 故장자연을 떠올리는 것이 실례라고 생각했다고. 그러나 이제는 보는 관객들에 따라 여러개의 '노리개'가 탄생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고 전했다.
"영화 준비할때 처음에는 故장자연씨 이름만 나와도 학을 뗐어요. 모티브가 된 건 맞지만 시나리오를 쓰기 시작하면 그것은 온전하게 내가 만든 세계와 캐릭터라는 생각이 있었거든요. 그래서 현실에 존재했던 이름이 거론되는게 실례가 아닌가 생각했어요. 그런데 그걸 금방 깼죠. 주변에서 하도 언급을 많이 하니까 남들의 시선을 좌지우지 할 수 없잖아요. 우리 영화가 어떻게 읽히느냐는 각자가 마음속에 담아뒀던 게 다르니 관객수 만큼의 '노리개'가 있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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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철 기자 baik@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