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련 중에 난입하는 상식 이하의 도발에 현지인 버스 기사는 선수단을 태우고 길을 잃었다. 헛웃음이 절로 나는 황당하고 얄미운 '도발'이다.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E조 5차전 장쑤 순텐과의 경기를 위해 중국 난징에 머물고 있는 FC서울이 상대의 도발에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홈팀의 '텃세'가 없을 수 없는 원정길이라지만 장쑤의 도발은 도를 넘었다는 평가다.
서울은 경기를 하루 앞둔 23일, 난징 올림픽 스포츠센터에서 마지막 훈련을 하고 있었다. 첫 15분만 공개한 후 비공개 훈련에 돌입해 조직력을 가다듬었다. 그러나 갑자기 장쑤 선수들이 그라운드로 들어섰다. 난입이었다. 아직 훈련 종료까지는 20여분이 남아있는 상황이었다.

당황한 서울 스태프들이 제지에 나섰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장쑤 선수들은 그라운드에서 훈련을 시작했다. 상대 팀의 훈련시에는 스타디움에 도착하더라도 라커룸에서 대기하는 것이 국제적인 관례인 점을 생각하면 상식 이하의 도발이었다.
훈련시간이 겹친 것도 아니었다. 이날 아시아축구연맹(AFC)이 파견한 말레이시아 출신의 커미셔너는 마찰에 대비, 두 팀의 훈련시간을 조정했다. 서울은 현지시각으로 6시 30분부터 한 시간, 장쑤는 8시에 훈련을 시작하기로 결정한 것. 그러나 장쑤 선수들은 7시 10분쯤 그라운드에 들어섰다. 훈련 시간에 대해 "들은 것이 없다"는 것. 커미셔너가 팀 관계자에게 전화해 자초지종을 물었지만 "정말 몰랐다"는 얄미운 답변만 돌아왔다.
당황스러운 일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예기치 못한 장쑤 선수들의 난입으로 인해 곤혹을 겪은 서울 선수단이 훈련을 마친 후 숙소인 파크뷰 딩샨 호텔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현지인 버스 기사가 길을 잃고 헤매기 시작했다. "도심에 공사가 많아 숙소로 가는 길을 잘 모르겠다"는 것. 하지만 이 기사는 22일 서울이 난징에 도착했을 때부터 줄곧 함께 한 사람이다.
서울 관계자는 "경기 당일 경기장만 제대로 찾아갔으면 좋겠다"며 허탈한 심경을 전했다. 아무리 원정길이라지만, 그라운드 밖의 전쟁에서 먼저 지치게 생겼다. 중국 원정길마다 매번 들려오는 상상 이상의 텃세 소식에 한국 축구팬들의 마음도 부글부글 끓었다. 결국 텃세를 물리치고 떳떳한 승리를 거머쥐는 것만이 가장 통쾌한 복수일 것이다. 16강 조기진출 확정에 더해 서울이 장쑤와의 일전을 반드시 승리로 장식해야하는 이유가 또 하나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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