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싱 국가대표 선수로 선발됐지만 배우 이시영에게 승리보다 중요했던 것은 좋은 경기였다.
이시영(31, 인천시청)은 24일 충북 충주시 충주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3 국가대표 최종 선발전 여자 복싱 48kg급 경기가 끝난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계속해 “아쉬움이 많다”고 말했다. 그만큼 이번 경기에서 보인 자신의 모습에 부족함을 느꼈던 것.
이날 이시영(31, 인천시청)은 최종 결승 상대인 김다솜(19, 수원태풍체육관)에게 판정승(22-20)을 거두며 연예인 최초 국가대표에 이름을 올리게 됐다.

경기 직후 이시영은 감격의 눈물을 흘린 직후인지 불거진 눈시울로 기자들 앞에 섰다. 그는 “이번에는 너무 못 했다”며 “앞으로 좋은 성적을 내지 못하더라도 후회 없는 경기를 하도록 많이 연습해야 할 것 같다”며 앞으로의 각오를 드러냈다. 승리에 집착하기 보다는 좋은 경기를 보여주고 싶은, 프로정신이 드러나는 모습이었다.
인천시청 김원찬 감독은 이시영에 대해 “운동신경도 있고 근성 있고, 한 달 시켜보니 상당히 열심히 하고 열정도 대단하다. 이 선수에게 우리가 같이 붙어서 6-7개월 훈련시켜 나오면 더 좋은 모습을 보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오늘 게임을 하는 것 보니 20% 정도 업그레이드됐다”며 선수로서 가능성을 높게 샀다.
이시영과 복싱의 인연은 지난 2010년 시작됐다. 당시 그는 복싱선수를 주인공으로 하는 단막극에 주인공으로 캐스팅 되며 복싱의 세계에 들어왔다. 그 해 11월에는 사회인 복싱대회인 KBI 전국 생활체육 복싱대회 48kg급에서 깜짝 우승을 차지하며 의외의 실력을 입증했다.
이후 이시영은 멈추지 않고 계속되는 도전을 이어왔다. 지난해 2월 서울지역 아마복싱대회인 제47회 신인 아마추어 복싱전 48㎏급과 3월 열린 제7회 전국여자신인아마추어 복싱선수권대회 48㎏급에서 연이어 정상을 차지했다. 이어 제42회 서울시장배 아마추어복싱대회 겸 제93회 전국체육대회 서울시 복싱대표 선발전 48㎏급에서는 4번째 우승의 감격을 맛봤다.
이번 경기 이후 이시영은 체급을 올려 올해 10월 전국체전에서는 51kg에 출전할 계획이다. 아시안게임에는 48kg급이 없기 때문에 인천 아시안게임 여자 복싱 51㎏급 국가대표로 선발되기 위해 체급을 변경하는 것. 국가대표로서 계속될 이시영의 도전이 기대감을 모은다.
다음은 일문일답.

-소감을 말해 달라
실력이 많이 부족한데 영광스럽다,
-부상이 있었다던데 아쉬움은 없나
사실은 목표도 크고 열심히 하려고 했는데 중간에 디스크 수술을 하는 바람에 인천 시청 들어가서 한 달 정도 운동을 못했다. 그런데 (감독님과 코치님이)너무 잘 끌어주셔서 그 동안 하는 만큼 열심히 했다. 어떤 선수가 다 그렇지만 시합 때 긴장을 많이 해서 나아진 모습 보여드리고 싶은데 아쉬운 부분이 많다.
-아시안 게임에서 체급을 바꾼다던데
저는 48kg급은 못 뛸 것 같다. 너무 힘들다. 3일 동안 물도 못 먹고, 체급을 올린다는 게 너무 기쁘다. 선수들이 얼마나 힘든지 새삼 느낀다. 51kg로 올리면 제가 얼마나 부족한 선수인지 알게 될 것이다. 기량이 훌륭한 선수들 많으니까. 그렇지만 저도 그만큼 체급을 올리는 것이니까 열심히 하면 승산이 있다 생각한다.
-최종 목표가 있다면
감히 그런 생각을 안 하고 있다. 선수들 경기를 많이 보니까, 터무니없지만 꿈은 크게 가지고 열심히 하겠다. 오늘 너무 죄송하다. 제가 달라진 모습 보여드리고 싶었는데 그렇게 하지 못했다. 코치님께 너무 감사한다. 좋은 경기 할 수 있는 선수 되도록 노력하겠다.
-향후 연예 활동은 어떻게 할 계획인가
연예 활동도 운동도 최대한 하겠다. 국가대표 선발전 얼마 남지 않았는데, 그 동안 되든지 안 되는 한 번 열심히 해보려고 한다.
-연예인인데 살을 찌워 체급을 올리는 데 부담은 없나
근육만 찌면 안 될까.
-무릎 부상이 있었다던데 괜찮나
이제 괜찮다. 아픈 곳은 없다. 시합 때 긴장만 안하면 될 것 같다.
-전국체전을 위해 자신에게 필요한 보완점이 있다면
선수들이 하는 훈련을 저는 다 따라가지는 못하고 있다. 다섯시 반에 시작해 야간 훈련까지 전부는 못 따라가는데 이번 시합 후에는 모든 훈련에 다 참가하겠다. 좋은 성적을 내지 못하더라도 후회 없는 경기 하도록 많이 연습해야 할 것 같다.
-응원하는 팬들에게 한 마디 해달라
너무 못 했는데 다음번에는 확실히 달라진 모습 보여드리겠다. 예쁘게 봐주셨으면 좋겠다.
eujenej@osen.co.kr
충주=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