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유준상과 성유리가 주연을 맡은 SBS 새 주말드라마 ‘출생의 비밀’이 제목에 얽힌 통념을 씻어버리고 '찬란한 순간의 복기'라는 기획의도를 알차게 실현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출생의 비밀’은 해리성 기억장애로 과거의 모든 기억을 잃어버린 여자와, 그녀를 되돌리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남자의 사랑이야기를 담는 작품. 드라마 ‘피아노’, ‘봄날’, ‘신데렐라 언니’ 등을 통해 가족간의 애증과 남녀의 사랑에 대해 따뜻하면서도 특유의 감각적인 시각을 견지해 온 김규완 작가가 3년 만에 집필을 맡은 작품이다.
24일 목동 SBS 사옥에서 ‘출생의 비밀’ 제작발표회가 열린 가운데, 연출을 맡은 김종혁 PD는 “TV 드라마에서 소모되면서 의미가 잘못 굳어진 ‘출생의 비밀’이라는 말의 뜻을 좀 더 본질적으로 돌리겠다”며 작품의 핵심 포인트를 짚었다.

김 PD는 “한 남자의 순애보와, 뿔뿔이 흩어져버린 가족을 복원하고자 하는 노력, 그리고 잃어버린 기억을 되찾아 가면서 한 인간이 이 세상에서 어떻게 하면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이 우리 드라마의 본질”이라며 “가벼운 재미를 넘어서는 묵직한 감동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출생의 비밀이라는 단어는 그간 드라마의 시청률 지상주의나 막장 코드를 관통하는 키워드로 사용될 만큼 부정적 시각이 강하지만, 이 작품에서는 이 세상 모든 사람이 행복하고 사랑받기 위해 태어났고 단지 이를 잊은 채 살아가고 있음을 의미하는 '탄생의 비밀'인 것.

이 같은 순간은 극중 하루하루 연명하는 삶을 살아오다 사랑하는 여자를 만나고 그녀를 통해 인생의 의미에 눈을 뜨는 홍경두(유준상 분) 캐릭터를 통해 표현된다. 경두는 자살바위에서 만난 이현(성유리 분)과 사랑에 빠져 딸 해듬(갈소원 분)을 낳지만 갑작스레 아내가 실종되고, 10년 만에 재회하게 된다. 하지만 아내를 꼭 닮은 여자는 기억을 모두 잃은 상태고 종두는 딸과 함께 이현의 기억을 되돌리기 위한 고군분투에 들어간다.
이를 연기하는 유준상은 “이 나이에 하지 않으면 더 이상 못 할 것 같은 역으로 욕심을 부렸다”며 “이런 역할은 무리하더라도 꼭 해야지 싶었다”는 말로 배역에 대착을 드러냈다. 특히 그는 아내가 사라진 사이 딸과 생존하기 위해 성실함을 몸에 입게 되는데, 그러면서 애틋한 부성애로 눈물샘을 자극할 전망이다. 유준상은 딸 역할로 출연하는 아역 갈소원에 대해 “2,30년 만에 한 번 나올 것 같은 배우”라며 극찬하기도 했다.
종두가 잃어버린 아내인 정이현 역의 배우 성유리는 “대본이 정말 재밌어서 촬영도 그렇게 할 수 있겠다 싶었는데 한 번도 겪어보지 않은 일들을 표현해야 했고 캐릭터가 너무 어려웠다”며 고충을 드러냈다. 10년간 기억을 잃은 사이 전혀 다른 사람이 돼서 돌아오는 인물인 만큼 내면묘사의 복잡함이 만만치 않은 캐릭터를 소화하는 게 성유리의 몫이다.
어려운 배역이지만 극중에서 믿고 의지할 사람도 출연한다. ‘출생의 비밀’에는 성유리와 함께 원조 걸그룹 핑클로 함께 활동했던 배우 이진이 이선영 역할로 등장한다. 이진은 성유리와 한 작품에 출연하는 것과 관련해 “시청자들이 어떻게 봐주실까 걱정이 되긴 했다”면서도 “성유리와 같이 촬영하면서 어색한 마음에 웃음이 나기도 했지만 함께 한 시간이 길어서 그런지 연기 호흡 빨리 맞더라. 지금은 같이 하길 잘했다는 생각 든다”며 흡족함을 드러냈다.
‘출생의 비밀’은 이현을 만나기 전의 경두의 삶과, 이후의 행복했던 1년간의 시간, 그리고 아내를 잃고 되찾기 위해 고군분투 하는 내용을 담은 총 3막으로 전개된다. 그 사이 이현이 잃어버린 기억을 되찾기 위해 과거 회상 장면이 군데군데 삽입되는 등 복합적인 전개가 펼쳐질 예정이다. 첫 방송은 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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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송이 기자 ouxou@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