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사 만루에서 한 점 밖에 뽑지 못한 타선을 질책할 수도 있다. 그러나 수비 실수에 의한 동요는 둘째치고 느린 슬라이드 스텝으로 인한 도루 허용은 투수 본인에게도 문제가 될 만 했다. 팀의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동점을 내주며 계투진 체력 소모의 빌미를 제공한 NC 다이노스 외국인 우완 에릭 해커(30)는 이대로 괜찮은가.
에릭은 24일 마산 KIA전에 선발로 나서 4⅓이닝 동안 8피안타(탈삼진 4개, 사사구 1개) 4실점을 기록하며 4-4로 맞선 5회초 사이드암 고창성에게 마운드를 넘기고 물러났다. 동점 강판 시 승계 주자가 없어 패전은 기록되지 않았으나 결국 팀은 선발 투수가 5이닝 이전 강판한 여파를 견디지 못하고 계투진 소모 속 고전을 치렀다. 9회말 2사에서 터진 조평호의 동점타 덕택에 5-5 무승부를 기록했으나 최근 5연패 사슬은 끊지 못한 NC다.
1회초 1사 후 에릭은 김선빈에게 우익수 방면 안타를 내준 뒤 2루 도루를 허용하며 1사 2루로 몰렸다. 후속 신종길과 풀카운트까지 가는 접전을 펼친 에릭은 볼넷을 내주며 흔들렸다. 여기에 이범호 타석에서 김선빈-신종길의 이중 도루 성공으로 1사 2,3루가 되었다.

이범호를 1루수 뜬공으로 처리한 에릭은 최근 가장 좋은 화력을 자랑하던 최희섭을 삼진처리하며 첫 회 위기를 넘겼다. 2회초 에릭은 김상현에게 좌익수 방면 안타와 2루 도루를 내줬다. 안치홍의 2루 땅볼 때 김상현이 3루 진루하며 1사 3루가 된 순간. 에릭은 차일목에게 중견수 희생플라이를 허용하며 첫 실점과 함께 동점을 내줬다.
3회초 이용규-김선빈을 삼진처리한 에릭은 신종길과 이범호에게 연속 좌전 안타를 허용하며 2사 1,2루 실점 위기를 맞았다. 그러나 최희섭을 3루수 뜬공으로 처리하며 동점을 이어갔다. 팀이 3회 2점, 4회 1점을 추가하며 4-1이 된 5회초 에릭은 다시 실점하고 말았다.
선두타자 이용규의 2루 강습안타와 2루 도루, 그에 이은 김선빈의 좌전 안타 때 좌익수 박정준이 공을 그라운드에 떨구며 이용규의 득점으로 이어졌다. 김선빈의 2루 도루에 이은 신종길의 2루 땅볼 때 김선빈의 진루로 1사 3루가 된 순간. 에릭은 이범호에게 큼지막한 좌월 동점 투런을 내주며 결국 또 첫 승 기회를 미뤄야 했다.
무엇보다 5개의 도루를 내준 것이 뼈아팠다. 물론 1회 김선빈-신종길의 이중 도루는 미처 3루로 송구하지 못한 포수 김태군의 책임도 있었으나 KIA는 에릭의 슬라이드 스텝이 느리다는 점을 파고들었다. 준족 이미지는 아니던 김상현까지 에릭의 투구폼을 훔쳐 2루 도루를 성공했을 정도. 이전부터 이어졌던 실책 후 실점 패턴을 이번에도 답습한 것은 어쩔 수 없다고 해도 5개의 도루를 내준 것은 분명 되짚어 볼 만 하다.
외국인 투수가 국내 리그 준족들의 스피드를 견디지 못하고 중도 퇴출의 칼날을 맞은 예는 자주 볼 수 있다. 무엇보다 주축 선발로 기대했던 이가 연패 스토퍼가 되지 못한다면 이는 1패 이상의 폐해다. 외국인 투수 세 명을 기용한다는 이점 속 2013시즌을 맞은 NC. 아직 시즌 초반이지만 에릭이 NC를 수혜자로 만들지 못하고 있음은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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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