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떼’로 불리며 나머지 팀들을 사정없이 쏘아대던 옛 모습이 사라졌다. SK의 영광을 이끌었던 불펜이 연이은 난조를 보이며 팀의 최대 고민거리로 떠올랐다.
SK는 24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와의 경기에서 8회말 박종윤에게 2타점 적시타를 맞고 7-8로 역전패했다. 8회초 1점을 뽑으며 7-5까지 앞서 나가며 승리를 눈앞에 뒀기에 심리적인 충격이 있을 법한 패배였다. 무엇보다 뼈아픈 것은 최근 불안한 모습으로 우려를 샀던 불펜이 또 한 번 무너졌다는 것이다. 아직 100경기가 넘게 남아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단순한 1패 이상의 고민이다.
이날 SK는 선발 레이예스의 상대적 부진(7이닝 5실점 4자책점)에도 불구하고 경기 종반까지 리드를 잃지 않았다. 홀로 홈런 2방을 터뜨리며 4타점을 올린 정근우를 비롯, 13안타를 터뜨린 타선의 힘이었다. 그러나 8회를 버티지 못했다. 7-5로 앞선 8회 마운드에 오른 채병룡이 난조에 시달리며 볼넷으로만 만루를 만들어줬고 뒤를 이은 전유수도 황재균의 희생플라이, 그리고 박종윤에게 역전 적시타를 맞고 끝내 리드를 지키지 못했다.

이런 모습은 올 시즌 들어 자주 나타나고 있다. LG와의 개막전부터 불펜이 무너지며 역전패한 SK다. 14일 마산 NC전에서는 9회 마무리 송은범이 무너지며 끝내기 스퀴즈를 내줬고 17일 포항 삼성전에서도 불펜이 8회 6점을 내주며 역전을 허용했다. 단순하게 생각하면 24일 경기까지 불펜이 4승을 날린 셈이다. SK의 성적은 현재의 7승10패가 아닌, 11승6패가 될 수도 있었다.
SK는 최근 리그에서 가장 강한 불펜을 구축한 팀 중 하나였다. 항상 부상 선수들 때문에 “어렵다”고 하소연했지만 자존심은 굳건히 지켰다. 지난해도 엄정욱 박정배 박희수 정우람 등으로 이어지는 필승조들이 위력을 발휘했다. 그러나 올해는 사정이 다르다. 정우람의 군 입대, 박희수 엄정욱 박정배 등 핵심 요원들의 재활로 불펜 전력에 구멍이 뻥 뚫렸다. 최근에는 임시 마무리 송은범마저 2군으로 내려갔다.
불펜에 대한 믿음이 없다보니 경기 운영도 꼬이고 있다. 선발 투수를 최대한 오래 끌고가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벤치를 지배하고 있다. 24일 경기에서도 평소보다 구속과 제구가 모두 좋지 않았던 레이예스를 끝까지 밀어붙이다 7회 3실점했다. 8회 승부처에서는 롯데가 대타로 왼손타자인 박종윤이 투입됐지만 SK는 팀 내 유일한 왼손 불펜 요원인 김준을 쓰지 못했다. 불펜에 계산이 서지 않다 보니 교체 타이밍도 잡기 어렵다.
희망적인 요소는 있다. 박희수가 1군 복귀를 준비하고 있고 송은범도 조만간 1군 합류가 가능할 전망이다. 그러나 두 선수 모두 부상 경력이 있다는 것이 불안하다. 전지훈련 때부터 100% 컨디션을 이어오지 못하고 있다. 이들의 복귀가 당장 불펜 안정의 ‘보증수표’가 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의미다. SK가 실로 오래간만에 색다른 고민에 빠진 가운데 이를 어떻게 풀어가느냐에 따라 올 시즌 성적이 좌우될 가능성도 엿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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