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문 ‘최후통첩’, ACE는 어쩌나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3.04.25 10: 30

전례를 살펴봤을 때 경기 후 감독의 발언은 최후통첩과 다름없다. 더 이상 리그 적응을 지켜보며 좌시하지 만은 않겠다는 뜻이다. 기대 이하의 모습을 거듭한 우완 에릭 해커(30)에 대해 “단점을 고칠 때가 되었다”라고 밝힌 김경문 NC 다이노스 감독의 발언은 단순히 한 명에게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NC는 지난 24일 창원 마산야구장에서 벌어진 2013 한국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 페넌트레이스 KIA전에서 9회말 2사 2루에서 터진 조평호의 동점 2루타 이후 연장 12회까지 가는 접전을 펼쳤으나 5-5로 무승부를 기록했다. 최하위에서 탈출하지 못한 NC의 시즌 전적은 3승 1무 13패로 창단 첫 무승부 경기다.
단독 선두팀을 상대로 무승부를 기록했다는 데 만족할 수 없는 노릇이다. 무엇보다 이기고 있던 경기에서 분위기를 내주며 패배 직전까지 몰렸기 때문. 이는 선발 등판했으나 4⅓이닝 동안 8피안타(탈삼진 4개, 사사구 1개) 4실점으로 경기를 만들지 못한 에릭의 탓이 컸다. 아담 윌크의 A, 찰리 쉬렉의 C, 에릭의 E 등 이름 이니셜을 본 딴 ACE 트리오로 주목받았으나 이들은 모두 아직까지 1승도 없다.

특히 에릭의 경우는 4경기 3패 평균자책점 7.11로 함량미달의 성적표를 보여주고 있다. 릴리스와 함께 왼발을 내리는 과정에서 순간의 멈춤 동작을 지적받아 보크 판정을 받기도 했고 수비 불안으로 인해 출루와 진루를 내준 뒤 속속 실점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잦았다. 아담은 4경기 2패 평균자책점 4.37, 찰리는 4경기 2패 평균자책점 4.70. 세 선수의 총 12경기 중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는 4회로 선발로 기본 몫을 한 경기는 ⅓에 불과하다.
24일 경기 후 김 감독은 에릭에 대해 “이제는 단점을 고칠 때가 되었다”라는 답을 내놓았다. 바꿔 말하면 “스스로 느끼지 못한다면 더 이상의 기회는 없다”라는 말과 같다. 과거 두산 재임 시절부터 이어진 김 감독의 외국인 선수 길들이기 전략을 돌아보면 김 감독의 에릭에 대한 발언은 최후통첩이나 마찬가지다.
기본적으로 김 감독은 성실한 자세와 착한 성품을 지닌 외국인 선수를 선호한다. 2005~2007시즌 두산 선발 주축으로 활약했던 다니엘 리오스를 비롯, 2010년 켈빈 히메네스, 2011년 더스틴 니퍼트 등이 김 감독의 신뢰를 듬뿍 받았던 투수들. 야구를 잘했을 뿐만 아니라 성실한 자기 관리를 인정받은 데다 기본적으로 영리했다. 코칭스태프와 선수단의 분위기를 잘 파악하고 스스로를 바꿀 줄 아는 유연한 사고를 지녔다.
반면 환경 변화 등에 대해 유연하게 대처하지 못한 선수들은 김 감독의 시야에서 벗어나기 일쑤였다. 2010시즌 두산에서 뛰던 좌완 레스 왈론드는 착한 성품을 지녔고 성실했으나 유약한 성정으로 인해 자칫 퇴출될 뻔 했다. 퇴출을 결심했을 당시 마땅한 대체자가 없었고 뒤늦게나마 선수 본인이 계투로도 나서는 모습을 보이며 마지막까지 자리를 지켰다. 2011시즌 김 감독이 두산에서 마지막으로 선택한 페르난도 니에베는 유연하지 못한 대처 능력으로 좋지 못한 인상을 남겼다.
또한 김 감독은 일벌백계의 중요성과 효과를 잘 알고 있는 지도자 중 한 명이다. 일단 세 명 중 가장 단점을 많이 노출한 에릭이 먼저 레이더망에 포착되었으나 이는 한솥밥을 먹는 아담과 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에릭이 남은 기회에서 변화점을 보여주지 못하고 퇴출된다면 다음 타깃은 둘 중 한 명이다. 외국인 투수는 팀의 미래가 아니라 현재이기 때문이다. 기다려 줄 수 있는 시간이 별로 없다.
외국인 선수를 한 명 더 기용할 수 있다는 점은 분명 혜택이다. 그러나 그 세 명의 외국인 투수들이 계속해서 기대치를 밑돈다면 시간이 지나 ‘유망주를 키우는 것이 더 좋았을 텐데’라는 생각과 함께 기회비용이 더욱 커진다. 에릭을 향한 김 감독의 최후통첩은 ACE 트리오에게 모두 분발을 촉구한 것과 같다. 기다려 줄 시간은 의외로 그리 많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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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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