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발 투수가 갑자기 정면 땅볼 타구에 주저앉아 느릿느릿 바운드 송구 후 부축을 받으며 덕아웃으로 향했다. 이어진 공격에서는 주포가 몸쪽 공에 손목을 직격당하며 고통을 호소한 뒤 병원으로 향했다. 지난 3년 간 잇단 주축 선수들의 부상에 몸서리쳤던 KIA 타이거즈는 자칫 이기고도 웃지 못할 뻔 했다.
KIA는 25일 창원 마산야구장에서 벌어진 2013 한국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 페넌트레이스 NC전에서 선발 서재응의 5이닝 1실점 호투와 홍재호의 선제 결승 스리런 등에 힘입어 11-4로 승리했다. KIA는 이날 승리로 시즌 전적 12승 1무 4패(25일 현재)를 기록하며 단독 선두 자리를 굳게 지켰다. 최근 3연승에 지난해 9월 23일 목동 넥센전서부터 원정경기 12연승을 달리고 있는 KIA다.
잘 나가는 KIA지만 25일 경기서 팀은 가슴 철렁한 장면들을 목격해야 했다. 4회말 2사에서 선발 서재응은 지석훈의 정면 땅볼 타구를 잡은 뒤 주저앉아 느릿느릿 1루로 송구했다. 부축을 받으며 덕아웃으로 향한 서재응은 다행히 일시적인 왼발 근육 경직 증세를 회복한 뒤 5회말에도 마운드에 올랐다.

선수단이 더욱 놀란 장면은 그 다음이었다. 5회초 무사 1루에서 상대 선발 아담 윌크의 4구 째 몸쪽 공이 최희섭의 왼 손목을 강타했다. 손을 빼는 과정이 아니라 스윙 자세를 취한 과정에서 날아든 공은 곧바로 직각으로 꺾여 떨어졌다. 맞고 난 뒤 공의 궤적이 직각으로 꺾였다는 것은 투구 힘이 온전히 맞은 부위로 전해졌다는 것을 알 수 있게 했다.
슬슬 걷다 그라운드에 쓰러진 최희섭은 고통을 호소하다 1루도 밟지 못한 채 대주자 신종길과 교체되었다. 곧바로 구장 인근 병원에서 X레이 검진을 받은 최희섭은 다행히 골절 등 중상이 아닌 단순 타박 진단을 받고 구장으로 돌아왔다.
지난 3년 간 KIA는 선수들의 잇단 부상에 신음하며 성적 추락을 경험했던 팀이다. 2010년 16연패 당시 주포 최희섭이 수비 도중 주자와의 충돌로 가슴 통증을 호소하며 쓰러지기도 했고 김상현도 무릎 부상 등으로 인해 전열 이탈 기간이 긴 편이었다. 이 16연패로 인해 KIA는 상위권에서 6위까지 추락하며 힘든 시즌을 치렀다.

2011년 초중반 선두를 달리던 KIA는 상승세를 이끌던 FA 이적생 이범호의 허벅지 부상과 주전 유격수 김선빈의 안면 골절상 등으로 인해 중후반 페이스 추락을 겪었다. 주전은 빠졌는데 하필 태양마저 KIA 선수단 머리 위를 지속적으로 비추며 일정 운도 따르지 않았다. 결국 KIA는 페넌트레이스를 4위로 마친 뒤 준플레이오프에서 SK에 패퇴했다.
지난해도 KIA는 부상 병동과 다름 없었다. 2009년 팔꿈치 수술에 이은 재활을 마치고 돌아올 것이라 기대를 모았던 광속 우완 한기주는 다시 재활조로 향했다. 최희섭과 이범호도 크고 작은 부상에 휩싸이며 타선에서 제 자리를 지키지 못했다. 지난해 선동렬 감독은 젊은 선수들의 가능성을 보고자 이준호, 윤완주, 황정립 등을 기용했고 성장 가능성도 비췄으나 팀 성적에 큰 보탬이 되지는 못했다. 지난해 KIA는 페넌트레이스 5위에 그쳤다.
3년 간 주전 선수들의 부상에 울던 KIA는 아직도 부상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4년 50억원을 들여 야심차게 FA로 영입한 김주찬은 개막 4경기 째에 한화 좌완 유창식의 몸쪽 공을 맞고 왼손 척골 골절상을 입었다. 대체자로 나선 신종길이 김주찬의 전력 공백을 메우고 있는 것이 그나마 위안거리. 에이스 윤석민은 어깨 부상 이후 아직도 재활군에 있다. 선두를 달리고 있으나 아직 완벽한 전력이 아니라서 기대 속 염려도 잠재한 KIA의 현재다.
그 상황에서 또 다른 주축 선수들이 아찔한 순간을 연출하며 선수단과 팬을 긴장하게 했다. 다행히 큰 부상이 아니라 팀은 가슴을 쓸어내릴 수 있었다. 지긋지긋한 부상 악령에 눈물을 삼켜야 했던 KIA가 그라운드에 주저앉고 누운 서재응, 최희섭의 모습을 보며 몸서리를 쳤던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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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