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릇을 고치고 나서야 첫 승리의 감격을 누렸다. 롯데 자이언츠 외국인투수 크리스 옥스프링(37)이 복귀 후 첫 승리를 수확했다.
옥스프링은 25일 사직구장에서 벌어진 SK 와이번스전에 선발로 등판, 7이닝 5피안타 8탈삼진 3볼넷 무실점을 기록하며 시즌 첫 승을 따냈다. 2008년 8월 31일 잠실 두산전 이후 무려 1698일만의 승리다. 투구수는 117개, 최고구속은 150km까지 나왔다. 직구 대신 컷 패스트볼을 주로 던지며 SK 타자들의 범타를 유도했다.
사실 처음 두 경기 까지는 큰 문제가 없었다. 승리는 못 했어도 지난달 31일 한화전 5⅓이닝 2실점, 5일 KIA전 6이닝 3실점(2자책점)으로 내용은 나쁘지 않았다. 가끔 제구가 흔들리긴 해도 구속은 최고 150km까지 나오고 다양한 구질까지 갖췄지만 한국 타자들에게 호되게 당했다.

이유는 상대 선수들에게 투수 습관이 노출됐기 때문이다. 흔히 야구에서 ‘쿠세’라는 일본말이 널리 쓰이는데 단 두 경기 만에 옥스프링의 투구 습관이 모두 드러났다. 무슨 공을 던질지 알려진 상태에서 던지니까 당연히 얻어맞을 수밖에 없었다. 한국야구의 ‘현미경’에 호되게 당한 셈이다.
옥스프링은 투구 전 글러브 바깥에서 그립을 잡는 버릇을 갖고 있었다. 당연히 상대 타자는 이를 훤히 보고 있다. 롯데가 이를 발견한 건 지난주다. 삼성과의 대구 2연전에서 옥스프링은 불펜피칭을 통해 정민태 투수코치와 함께 투구 폼 수정에 주력했다.
투구 폼을 수정한 효과는 그대로 나왔다. 25일 사직 SK전에서 비록 1회와 4회 제구가 흔들리면서 1사 만루 위기를 맞기도 했지만 1회에는 2연속 삼진으로, 4회에는 병살로 위기를 넘겼다. 투구수가 다소 많았지만 7회까지 SK 타선을 무실점으로 막아내며 시즌 첫 승을 따냈다.
경기 후 옥스프링은 “대구에서 투구 폼을 바꾸는 연습을 했다. 주로 글러브 안에서 그립을 잡는 연습을 했는데 잘 통한 것 같다”며 미소 지었다. 버릇을 고친 옥스프링은 이제 다시 원점에서 시작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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