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에 한 번이잖아요. 욕심나는데요?”
롯데 자이언츠 새 4번 타자 김대우(29)의 방망이가 심상치 않다. 강민호, 전준우 등 기존 4번 타자 후보들을 제치고 롯데의 4번 자리에 안착했다. 25일 현재 타율 3할5푼9리(39타수 14안타) 6타점 9득점을 기록하면서 중심타자로서 제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다.
세부 성적을 살펴봐도 훌륭하다. 아직 홈런은 없지만 안타 14개 가운데 장타가 8개(2루타 6개, 3루타 2개)로 장타율은 6할1푼5리나 되며 침착하게 볼을 잘 골라내 출루율은 4할6푼8리에 이른다. 보통 OPS(장타율+출루율) 0.800을 넘으면 좋은 타자라고 하는데 김대우는 1.083을 기록 중이다. 득점권타율 5할로 찬스에도 강하다.

25일 사직 SK 와이번스전은 김대우의 진가가 제대로 발휘된 경기였다. 1회 첫 타석에서 좌완 김광현의 공을 제대로 잡아당겨 우중간을 가르는 결승 2루타를 날리더니 8회에는 무사 1루서 좌중간을 갈라 쐐기점을 올렸다. 김대우는 “1회에는 노린 코스로 공이 와서 자신있게 스윙을 했다. 8회에는 조금 빗맞았지만 바람이 분 덕인지 공이 생각보다 멀리 갔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풀타임 첫 해임에도 불구하고 김대우는 4번 자리에서 긴장하는 기색 없이 침착하게 자기 공을 보고 있다. 4번 타자로 나선 6경기 타율은 3할3푼3리, 4타점을 올렸고 볼넷은 4개를 얻어냈다. 이에 대해 김대우는 “특별히 4번 타자라고 부담되는 건 없다. 그냥 내 스트라이크 존을 정해놓고 거기에서 벗어나면 안 치고 들어오는 공만 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김대우는 박흥식 타격코치에 감사의 인사를 보냈다. 박 코치는 캠프 때부터 김대우를 전폭적으로 밀어 줬다. 김대우는 “최근 홈런을 치겠다는 욕심으로 힘이 들어가고 스윙이 커졌다. 경기 전 코치님이 80% 정도의 힘으로 정확히 치기만 하라는 말씀을 해 주셨는데 잘 통하고 있다”며 웃었다.
타자로 자리 잡기까지 파란만장한 과정을 거친 김대우는 신인왕 요건을 갖췄다. KBO 대회요강에 따르면 입단한 해를 제외하고 5년 이내에 투수는 30이닝, 타자는 60타석을 넘기지 않으면 신인왕 조건을 준다. 단, 외국 프로야구 기구에 속했던 선수는 여기서 제외된다. 롯데는 최근 KBO에 확인을 한 결과 김대우가 신인왕 요건을 갖췄다는 답을 얻었다.
2008년 롯데에 입단한 김대우는 올해로 6번째 시즌이지만 입단한 해를 제외하면 5번째 시즌으로 요건을 충족한다. 2009년과 2010년 김대우는 투수로 9⅓이닝만을 소화했고 타자로는 2012년 7타석만을 기록했다. 잠시 대만리그 입단을 추진했지만 무산됐기에 외국 프로야구 기구 소속에서도 자유롭다.
김대우는 신인왕 자격을 갖췄다는 이야기를 듣자 “인생에 한 번 아닌가. 욕심이 난다”고 말했다. 아직 시즌 초반이지만 성적으로 보면 신인왕을 수상하기에 충분하다. 과제는 반드시 찾아 올 타격 사이클 하강기를 넘기는 것. 이미 롯데 김시진 감독은 “김대우는 반드시 4번 자리에 박아 놓고 쓸 것”이라고 선언을 했다. 코칭스태프의 믿음이 있기에 김대우는 더욱 힘을 얻을 수 있다.
롯데는 신인왕에 맺힌 한이 작지 않다. 이제까지 신인왕을 단 한 번 배출했는데 21년 전인 1992년 염종석(현 1군 불펜코치)가 마지막이었다. 그리고 그 해가 롯데의 마지막 우승이었다. 김대우가 만약 신인왕을 차지한다면 롯데의 오랜 숙원이 풀리는 셈이다. 역대 최고령 신인왕은 2011년 배영섭(당시 만 25세), 최고령 신인왕을 노리는 김대우의 소망이 무르익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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