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수분 입구에서 다시 선수가 나오고 있다. 이번에도 군번줄을 목에 걸고 전역증을 갖고 나온 선수들이다. 두산 베어스가 지난해 상무 원투펀치 오현택(28)-유희관(27)과 경찰청에서 퓨처스리그 리딩히터 타이틀을 달았던 외야수 민병헌(26)의 활약에 웃음짓고 있다.
두산은 지난 25일 목동 넥센전서 오현택-유희관으로 이어진 무실점 계투와 연장 10회 양의지의 밀어내기 볼넷 포함 3득점으로 6-3 승리를 거뒀다. 이 승리로 두산은 넥센의 7연승을 저지하며 시즌 10승(1무 6패) 고지를 밟으며 상승세로 돌아섰다.
특히 이날 경기서는 지난해 제대하고 돌아온 예비역 1년차 선수들의 활약이 빛났다. 선발 김상현의 바통을 이어받아 승리 투수가 된 사이드암 오현택은 4이닝 동안 단 한 개의 안타도 내주지 않았다. 오현택이 마운드에 있는 동안 넥센의 유일한 출루는 7회 이성열의 몸에 맞는 볼. 그리고 오현택이 4이닝을 던지는 동안 넥센은 5명의 투수를 출격시켰다. 5대1 투수 맞짱을 이기며 계투진에도 휴식을 준 오현택이다.

10회초 3득점으로 리드를 잡자 좌완 유희관이 올라 1이닝 1피안타(탈삼진 1개) 무실점으로 경기를 매조졌다. 빠른 직구 대신 안정된 제구력을 갖춘 유희관은 상무에서 배터리를 이뤘던 선두타자 박동원에게 좌익수 방면 2루타를 내줬으나 흔들리지 않고 연속 범퇴를 이끌었다. 오현택과 유희관은 지난 2년 간 상무에서 꾸준히 선발 로테이션을 지키며 에이스 노릇을 했다.
오현택과 유희관이 경기 중후반을 책임졌다면 초반 분위기를 주도한 이는 경찰청 출신 민병헌이었다. 2010시즌을 마치고 경찰청 입대했던 강견준족의 외야수 민병헌은 2번 타자 우익수로 선발 출장해 5타수 2안타 2득점을 기록했다. 1회 우중간 3루타와 3회 우중간 2루타로 안타 두 개가 장타였고 두 번 모두 득점으로 이어졌다.
세 명의 1년차 예비역이 팀을 살찌우고 있다는 점은 지난해와 비슷한 양상이다. 지난 시즌에도 두산은 상무 출신 2루수 최주환과 경찰청 제대병 최재훈, 허경민에게 출장 기회를 부여하며 이들도 주력 선수 못지않은 가능성을 갖고 있음을 확인했다.
차이점이 있다면 지난해 세 명이 고교 졸업 후 곧바로 입단한 뒤 입대 전까지 1군 표본이 적었다면 이번에는 20대 중반의 농익은 선수들이 전력으로 자리잡고 있다는 것. 오현택-유희관은 대졸 출신으로 기본적으로 안정된 제구력을 갖춘 투수들이었고 민병헌은 입대 전 웬만큼 1군 경험을 갖춘 뒤 경찰청에서 타격 면을 보완해 더 노련한 선수가 되었다는 점이다.
이들을 적기에 군대 보낸 것이 지금은 두산 구단에도 확실히 도움이 되고 있다. 오현택과 유희관은 대졸 3년차, 2년차를 마치고 군입대했고 민병헌은 입대 당시 외야진에 선수들이 겹쳐 1군에서 꾸준한 활약을 보장하기 힘들어 선수가 입대를 결정한 케이스다. 결과적으로 선수들의 몸 상태와 기량 성장세를 살폈을 때 최적기에서 군대를 보냈다고 볼 수 있다. 유망주들의 병역 해결 시점 선택이 좋았다.
프로야구 선수들도 남자인 만큼 병역 의무를 피할 수 없다. 그만큼 그들에게도 군 복무 2년을 어떻게 보내느냐가 중요하다. 오현택은 상무에서 싱커-투심 등 신무기를 장착했고 유희관은 볼 끝에 힘을 싣는 데 강조했다. 민병헌은 경찰청에서 스탠스 등 타격 자세를 보완하며 이전보다 힘 있는 배팅을 하고자 땀을 쏟았다. 자신들이 보완해야 할 점을 알고 뜻깊은 2년을 보낸 뒤 돌아온 예비역 3명. 두산의 ‘화수분 2.0’은 많은 것을 시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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