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초이 사구와 KIA 빅뱅타선의 고민
OSEN 이선호 기자
발행 2013.04.26 10: 30

거의 멘붕이었다.
지난 25일 창원구장에서 열린 KIA와 NC 다이노스와의 경기. 5회초 무사 1루에서 타석에 들어선 5번타자 최희섭이 NC 투수 아담의 몸쪽 볼에 왼손목을 강타당했다. 가슴쪽으로 오는 볼인데 타격을 하려다 맞아 충격은 두 배였다.
그대로 그라운드에 드러누운 최희섭은 극심한 고통을 호소했다. 순간 지난 4월 3일 한화와의 대전경기에서 유창식의 투구에 맞고 쓰러진 김주찬의 모습이 오버랩되었다. 더욱이 맞은 부위도 똑같은 왼 손목. 필경 골절상이 의심되는 순간이었다. 김주찬은 전치 6주 진단을 받았다.

최희섭은 손을 부여잡고 일어나 덕아웃으로 걸어나갔다.  선동렬 감독의 얼굴은 얼음장처럼 굳었다. 동료선수들도 심각한 얼굴이었다. 그들의 머리속에는 "김주찬 처럼 최희섭이 골절상으로 빠진다면 어쩌지"라는 우려가 담겨있었다. 거의 멘붕 수준이었다.
경기는 속행됐지만 선 감독은 초조하게 검진결과를 기다렸다. 통상 검진시간이 길면 골절상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단순 타박상이라는 답이 왔다. 그때서야 선 감독은 놀란 가슴을 쓸어담았다. 최희섭은 얼음찜질을 하고 8회부터 덕아웃에서 경기를 지켜보았다. 최희섭이 덕아웃에 돌아오자 분위기는 다시 여유가 생겼다.  
만일 최희섭이 빠진다면 KIA 타선은 어떻게 될까. 중심타선의 붕괴가 필연적이다. 이범호 나지완 최희섭 김상현의 타선 조합에서 기둥하나가 쑥 빠지는 상황이다. 상대투수들이 받는 스트레스는 줄어들 것이고 경기당 7점이 넘는 KIA 타선의 득점력은 떨어질 것이다. 아직까지 마운드가 안정되지 않는 가운데 득점력 감소는 필승카드가 줄어드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어찌보면 김주찬과 똑같은 부위를 맞고도 단순 타박상에 그친 최희섭의 몸이 대단하다고 밖에 할 수 없다. 그러나 이번 주말 삼성전 출전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구 사건은 최희섭이 차지하는 비중을 말해주는 상징적인 사건이기도 하다.
최희섭의 사구사건은 또 하나의 고민을 남겼다. 빅뱅타선이 맹위를 떨치면 떨칠수록 상대의 견제도 많아지기 때문이다. 그만큼 선수들이 부상에 노출되는 위험도도 높아질 수 밖에 없다.  KIA 선수들의 몸에 맞는볼은 22개로 가장 많다. 경기후 선 감독은 "이제 부상을 대비해야한다"고 말했다. 이 말에는 다치면 모든 것이 끝장이라는 고민이 담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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