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의 슬라이더에 당했다".
LA 다저스 류현진(26)의 슬라이더가 화제의 대상으로 떠올랐다. 류현진은 26일(이하 한국시간) 뉴욕 메츠와 원정경기에서 승리투수가 되지 못했지만 7이닝 3피안타 3볼넷 8탈삼진 1실점으로 메이저리그 데뷔 후 최고 피칭을 펼쳤고, 그 원동력으로 강력한 슬라이더가 첫 손가락에 꼽히고 있다. 체인지업 못지 않은 류현진의 새로운 마구가 되어가는 모습이다.
▲ 득점 1위 메츠 타선 제압한 슬라이더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 'MLB닷컴' 뉴스에 따르면 이날 경기 후 메츠 6번 타자 아이크 데이비스는 류현진의 슬라이더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오늘 류현진을 처음봤다. 슬라이더가 두 가지 형태로 유인했다"며 "하나는 (홈플레이트를) 곧바로 가로질러 들어왔고, 또 하나는 각도가 컸다"는 말로 류현진의 슬라이더가 2가지 종류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우리는 류현진을 상대로 겨우 안타 3개밖에 못 쳤다. 안타를 친 타구도 배트가 부러졌거나 우측으로 완만한 라이너 타구였다. 우리는 그를 제대로 공략하지 못했다"고 깨끗하게 패배를 인정했다. 지난해 32홈런을 터뜨린 데이비스는 이날 류현진에게 3타수 무안타에 헛스윙 삼진만 2개나 당했는데 류현진이 내려간 뒤 9회 브랜든 리그로부터 홈런을 때렸다.
이날 경기 전까지 경기당 평균 5.68득점으로 이 부문 1위의 타선을 자랑한 메츠 타선이었지만 컨디션을 회복한 류현진에게 산발 3안타로 막혔다. 테리 콜린스 메츠 감독도 "류현진이 던지는 체인지업은 매우 효율적이었고, 슬라이더도 아주 좋았다. 우리는 그를 몇 번 무너뜨릴 수 있는 기회는 있었지만 제대로 살리지 못했다"고 말했다.
데이비스와 콜린스 감독의 말대로 이날 류현진의 슬라이더는 어떻게 보면 주무기 체인지업보다 더 위력적이었다. 이날 류현진이 패스트볼(50개) 다음 많이 던진 공은 체인지업(23개)이 아니라 슬라이더(24개)였다. 결정구로 체인지업이 3개인 반면 슬라이더가 8개나 됐다. 슬라이더에 맞은 안타는 하나 뿐이었고, 나머지 7개는 삼진 2개 포함 모두 범타로 돌려세웠다.

▲ 2009년부터 준비해온 비장의 무기
이날 경기 뿐만이 아니다. 시즌 전체를 통틀어도 류현진의 슬라이더는 대단히 위력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야구 통계전문사이트 '브룩스베이스볼'을 바탕으로 한 기록을 보면 류현진의 구종별 피안타율을 보면 슬라이더가 1할1푼1리(27타수3안타)로 가장 낮다. 패스트볼(0.310)은 물론 체인지업(0.220)-커브(0.267)보다 훨씬 효율적인 결정구였다. 패스트볼이 홈런 2개와 6개의 볼넷, 체인지업이 홈런 1개와 3개의 볼넷을 허용했지만 슬라이더는 홈런과 볼넷으로 이어진 것이 전혀 없었다.
류현진의 슬라이더는 한용덕 전 한화 감독대행이 투수코치 시절인 2009년부터 직접 가르쳐준 것이다. 현역 시절 슬라이더로 한 시대를 풍미한 한용덕 코치는 "현진이 슬라이더는 커터보다 느리지만 각이 조금 더 크다. 보통 슬라이더보다 각이 작아도 스피드가 있다. 상대 타자들이 체인지업을 노리고 들어오는 것에 대비배 2009년부터 연습하며 준비해왔다"고 했다. 류현진도 "한국에서 던지던 그립감이 살아나면서 슬라이더가 점점 좋아지고 있는 것 같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실제로 다저스 구단에서도 류현진을 스카우트할 당시 체인지업보다 슬라이더를 더 높이 평가했다. '베이스볼아메리카(BA)' 1월호 류현진 스카우팅 리포트 관련 기사에는 '한국에서 류현진의 최고 변화구는 체인지업으로 꼽힌다. 빠른 팔스윙으로 타자들의 스윙을 끌어내는데 유용하다. 하지만 다저스는 그의 슬라이더를 높이 사고 있다. 날카로운 각도 갖고 있다'는 내용이 있다. 다저스의 눈은 전혀 틀리지 않았고, 류현진은 실력으로 이를 증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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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김재현 객원기자 photo@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