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국 브랜드이긴 하지만 한 나라의 수장이 선택한 차량임에도 불구하고 프랑스 차들은 대한민국에만 오면 기를 펴지 못한다. 같은 유럽 출신 독일 브랜드의 승승장구에 비해 초라할 정도다. 국내 운전자들에게 유독 홀대 받는 프랑스 감성이 무엇인지 OSEN에서 한 번 알아봤다.
시승은 푸조가 2013년 주력 차종으로 밀고 있는 ‘뉴 508 알뤼르 2.0(이하 508)’을 이용했다.
‘508’은 앞서 만났던 ‘208’과 ‘3008’에서도 보았던 푸조의 패밀리룩을 그대로 지니고 있다. 몇 번의 시승으로 이미 익숙해진 패밀리룩이지만 볼 때마다 동글동글한 이미지의 귀여운 매력은 감출 수가 없다. 세단에는 이 귀여움이 조금은 어색해 보인다는 게 아쉽다.

푸조와 시트로엥 브랜드 차량들의 공통적인 특징 중 하나는 뒤태가 간결하지만 심심하지 않다는 점이다. 이는 ‘508’도 마찬가지다. 중앙에 위치한 사자 형상의 엠블럼과 상단의 크롬 장식, 사선으로 처리된 테일 램프 외에는 자칫 지저분해 보일 수도 있는 장식 요소가 없다. 이로 인해 차체가 더 넓어 보이는 것과 동시에 단단하다는 느낌을 줘 보는 이로 하여금 안정감을 부여한다. 이러한 장점에도 불구, 후측면에서 바라본 표현하기 힘든 모양의 테일 램프가 옥의 티다.
얼굴과 엉덩이가 푸조와 ‘508’만의 색이 담겨 있는 것에 반해 측면은 아무런 감흥이 없다는 게 ‘508’의 외관 디자인에서 가장 아쉬운 부분이다.

실내는 허리를 꼿꼿이 세워야만 볼 수 있는 HUD(Head Up Display)와 국내 제조사 모델에 비해 조작성이 떨어지는 블루투스 연결이 약간의 불편함을 유발하며 계기판의 시인성을 위해 돌출시킨 대시보드가 약간은 경비행기 조종석 같다는 느낌을 주기도 하지만 답답해 보이기도 한다.

‘508’의 시승거리는 상당했다. 마포구에서 강남구까지 이어지는 강변북로와 제2자유로, 서울-정읍을 왕복했으며 금산사, 내소사, 변산반도 등 주변 관광 명소를 돌아봤다.
시승 내내 놀라웠던 점은 역시나 연비다. 양화대교서 출발해 양재, 서초 IC를 지나 경부선을 타고 천안논산과 호남선을 경유했다. 가솔린 모델이었다면 연료계기판의 눈금이 1/2 지점을 향해 있었을 테지만 ‘508’은 3/4 지점에 겨우 위치해있었다. 이후 연비 걱정 없이 정읍, 모악산, 부안, 변산반도 등 인근 지역을 탐방하며 오랜만의 봄나들이를 즐겼다.
그리고 또 다른 점은 가벼운 몸놀림으로 속도를 올리는데 있어 전혀 망설임이 없다는 것이다. 신갈 분기점을 지나 서서히 도로의 숨통이 트이기 시작하자 ‘508’의 속도는 쉽게 탄력을 받았다. 원하기만 하면 앞서가는 차량을 추월하는 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또한 요리조리 매끄럽게 도로 위를 유영하는 ‘508’ 덕분에 늦은 시각 장시간 주행에도 지루함은 느껴지지 않았다.
모든 면에서 독일 차와는 분명하게 다르다는 점을 느끼지만 유일하게 독일 브랜드와 프랑스 브랜드가 같은 유럽출신으로서 닮은 점이 있다면 핸들링이 국내 브랜드보다 다소 무겁다는 점이다.

예전만 하더라도 ‘프랑스 자동차’ 하면 ‘덜컹거림’에 대한 불만이 가장 많았다. 하지만 이는 2000cc 미만의 차량에 적용되는 엔진의 특성이며 고연비를 위한 특수 기술로, 약간의 운전 기술과 인내만 있다면 오히려 즐겁게 드라이빙 퍼포먼스를 즐길 수 있는 요소 중의 하나다.
이 외에 독일, 일본 브랜드와는 전혀 다른 감성의 디자인과 고연비, 실용성을 추구하는 프랑스 브랜드의 모델들은 대형 세단만 고집하던 때와 달리 이제는 국내 시장서도 좋은 반응을 끌어내기에 충분하다고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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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

푸조 '뉴 508' 후면.

푸조 '뉴 508' 트렁크.

푸조 '뉴 508' 전면 라디에이터그릴.

푸조 '뉴 508' 헤드라이터, 크로 장식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라인 처리로 인해 빛이 반사될 때 크롬장식이 있는 듯한 착각을 일으켜 화려해 보이는 효과가 있다.

푸조 '뉴 508' 계기판, HUD가 있어 주행 중에는 따로 확인해야할 번거로움이 적다.

푸조 '뉴 508' 센터페시아.

푸조 '뉴 508' 엔진룸, 연비와 파워 어느면에서도 뒤지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