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진을 면치 못하며 위기에 빠졌던 두 명의 외국인 선수가 나란히 회생했다. 공교롭게도 희생양은 모두 SK였다. 25일 사직구장에서 크리스 옥스프링(36, 롯데)가 SK를 상대로 첫 승을 거둔 데 이어 26일에는 대나 이브랜드(30, 한화)가 SK를 발판으로 살아났다.
이브랜드는 26일 문학구장에서 열린 SK와의 경기에서 6이닝 동안 단 1개의 안타를 허용하며 무실점으로 버텼다. 이날 전까지 5경기에서 승리 없이 2패, 평균자책점 7.79를 기록했던 이브랜드는 국내 무대 데뷔 후 최고 피칭을 선보였다.
8일을 푹 쉬며 심신을 정비한 이브랜드의 구위가 한결 나아진 점도 있었다. 특히 슬라이더의 각은 이전 경기에 비해 예리했다. 그러나 처음부터 끝까지 좋았던 것은 아니었다. 초반에는 자주 위기를 초래했다. 제구도 잘 되지 않았다. 하지만 SK 타자들의 방망이는 이런 이브랜드를 조기에 무너뜨리지 못했다. 이브랜드가 숨 쉴 틈을 열어둔 셈이 됐다.

SK는 1회 2사 2루, 2회 2사 2루, 4회 2사 2루 기회에서 단 하나의 안타도 치지 못했다. 득점권 기회에서 나선 타자들의 방망이가 너무나도 무기력했다. 1회 한동민은 삼진, 2회 정상호는 3루수 땅볼, 4회 조성우는 유격수 플라이였다. 외야로 나가는 타구조차 없었다.
5회 선두 박재상의 사구와 정상호의 희생번트로 만든 1사 2루에서 최윤석 정근우가 모두 2루수 땅볼로 물러났다. 이브랜드를 상대로 득점권 성적은 5타수 무안타였다. 한화가 2회 단 한 번의 기회에서 1점을 짜낸 것과는 대비됐다.
SK는 전날(25일) 사직 롯데전에서도 부진의 늪에서 헤매던 크리스 옥스프링을 공략하지 못하고 첫 승을 헌납했다. 옥스프링의 구위 자체가 아주 뛰어난 것은 아니었지만 경기 초반 만루의 기회를 두 번이나 걷어찬 SK가 자멸했다고 볼 수 있는 경기였다. 이날은 7회 경기를 뒤집어 전날과는 결과가 달라졌지만 선발투수를 조기에 강판시키지 못하면 여러모로 손해가 크다. SK가 초반 득점 빈곤이라는 숙제를 확인한 경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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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곽영래 기자, young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