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만족의 진정성이 돋보였다. 이들은 후후 애벌레와 뉴질랜드산 꼽등이라는 웨타 벌레를 잡아먹으며 정글 체험에 혼신을 다하고 있었다.
지난 26일 방송된 SBS 예능 프로그램 ‘정글의 법칙 in 뉴질랜드’(이하 ‘정글’)에서는 쥐라기 숲에서 생존해나가는 멤버들의 모습이 그려졌다.
특히 이날 벌레가 많기로 유명한 쥐라기 숲에서 호우 경보를 만난 병만족 멤버들은 빗속에서 퉁퉁 불은 얼굴로 일어나 이불 속에서 함께 동침한 웨타 벌레를 구워먹는 것으로 일과를 시작했다. 물론 그 전날에도 폭우 속에서 방향을 잃고 스태프가 부상을 입기도 하는 등 위험한 일들의 연속이었다.

이들은 쥐라기 숲에 고립될지도 모르는 상황이 발생하자 결국 제작진 긴급 회의 끝에 철수를 결정했다. 철수한 이들은 불어난 강을 건너다가도 안전팀이 강물에 휩쓸릴 뻔 한 가슴 철렁한 일을 겪는 등 마음고생을 했고 날이 갠 다음날 다시 섬으로 돌아와 후후 애벌레와 웨타 벌레를 먹으며 비록 오만상을 썼음에도 원시 부족의 삶을 체험하기 위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이날 방송분은 ‘정글’에 존폐위기까지 불러일으켰던 조작 논란이 불거졌던 페이스북의 글이 작성된 그 시점이다. 이들이 철수를 하고 잠시 대피해있던 동안 박보영의 소속사 대표가 자신의 SNS를 통해 ‘정글’을 ‘개뻥 프로그램’이라는 원색적인 말로 비난해 걷잡을 수 없는 파장을 불러일으켰던 것.
이에 SBS 측은 “박보영이 촬영하면서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고생하는 것을 본 소속사 대표가 술 취한 상태에서 개인감정을 페이스북에 올렸는데 사실과는 전혀 다른 것이며 ‘정글’은 리얼버라이어티 프로그램으로 촬영 중에 벌어지는 것은 모두 사실이며 앞으로도 이런 원칙은 철저히 지켜질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성난 여론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이후 정석원도 자신의 SNS에 조작을 의심하는 한 네티즌과 설전을 벌이며 격한 감정을 드러내 경솔했다는 여론의 뭇매를 맞기도 했다. 하지만 이날 방송을 통해 보여진 정석원이 꼽등이를 뜯어 먹으며 지었던 표정에서 거짓의 그림자는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또 박보영이 후후 애벌레를 보며 경악, 먹기를 거부했지만 이후 용기를 내 한 입 베어문 살짝 찌푸린 얼굴에서도 ‘개뻥’이라는 단어와 매치될 만한 것들은 없었다.
조작 논란 후 ‘정글’ 제작진이 모두 나서 장문의 글로 해명했음에도 쉽게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못했던 시청자들이지만 병만족 족장 김병만이 조작 논란에 침묵했던 이유까지 단 번에 이해가 되는 한 회였다. 달인 유행어 ‘안 해봤으면 말을 하지 마세요’가 조작 논란으로 들썩였던 여론을 괜시리 머쓱하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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