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운드와 수비로 우승을 이뤘다.”
지난해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브루스 보치 감독은 마운드와 수비, 두 가지가 우승의 원동력이 됐다고 밝혔다. 실제로 지난 시즌 샌프란시스코는 팀 홈런 103개로 내셔널리그 최하위를 기록했지만 경기당 평균 실점(4.01)과 팀 평균자책점(3.68)은 상위권에 랭크됐다.
야구는 기본적으로 득점보다 실점을 줄일 수 있는 확률이 높은 스포츠다. 안타를 칠 확률보다 안타를 맞지 않을 확률이 월등히 높다. 샌프란시스코는 마운드와 수비에 집중했고 세인트루이스와의 내셔널리그 챔피언십 시리즈 전적 1승 3패로 궁지에 몰렸지만 이후 거짓말 같은 7연승으로 우승까지 질주했다. 기적 같은 포스트시즌 7연승 기간 동안 샌프란시스코는 경기당 0.86실점 0.29에러를 기록한 바 있다.

LG는 지난 24일과 25일 잠실 삼성 2연전 동안 마운드와 수비서 한 끝 차로 뒤지며 무릎을 꿇었다. 외국인 선발 원투펀치 레다메스 리즈와 벤자민 주키치가 모두 퀄리티스타트 호투했지만 패전투수가 됐다. 수비 또한 불규칙 바운드 악몽에 시달렸는데 삼성이 단 하나의 에러도 범하지 않은 반면 LG는 에러 2개를 기록했다. 야구에서 가장 확률이 높고 가장 중요한 두 가지를 놓친 게 패배로 이어졌다.

9회말 이진영의 끝내기 안타가 터진 26일 롯데전은 반대가 됐다. 비록 에러수는 LG가 롯데보다 많았지만 LG는 중요한 순간 수비서 집중력을 발휘했다. 경기의 주인공 이진영이 4회초 호수비를 펼쳤고 투수들이 롯데 주자들을 향해 날카로운 견제 능력을 발휘하며 롯데의 추가점을 봉쇄했다. 롯데는 7회초 이동현의 송구 실책으로 한 점을 더해 4-2, 추가점이 곧 승리인 상황까지 왔었다. 하지만 롯데는 8회초 박기혁의 견제에 의한 도루실패와 문규현의 견제사, 9회초 손아섭의 견제사로 승부에 쐐기를 박지 못하고 대역전패의 빌미를 제공했다.
물론 LG의 연이은 견제 성공이 그냥 나온 것은 아니다. 롯데는 올 시즌 김문호와 김대우를 선발 라인업에 넣으면서 선발 라인업 대부분이 도루를 구사하는 기동력 야구를 추구하고 있다. 이날 선발 출장한 포수 조윤준의 올 시즌 도루저지율이 1할이 안 된다는 것을 염두에 두면, 롯데가 보다 적극적으로 도루를 노리는 것은 쉽게 예측할 수 있었다. 실제로 이날 롯데는 전준우와 김문호가 각각 도루 하나를 기록했다.
결국 LG는 롯데의 발을 묶기 위해 포수의 어깨에 전적으로 의존하기 보다는 투수의 내야수의 호흡을 내세웠다. 봉중근은 9회초 손아섭을 2루 견제로 잡은 부분에 대해 “이전부터 오지환과 견제 연습을 많이 했다. 중요한 순간 주자를 잡아서 기뻤다”고 밝혔다.

5명의 불펜투수를 동원한 적극적인 투수교체도 견제와 함께 이날 경기서 LG에 주목할 부분이다. 삼성과 두 경기에서 LG는 리즈가 연속 몸에 맞는 볼, 주키치가 연속 볼넷을 범했음에도 이들을 그대로 끌고 가다가 실점했었다. LG는 이를 반성하듯 올 시즌 어느 경기보다 빠르게 투수교체 타이밍을 가져갔다. 물론 우규민 대 유먼으로 선발투수 매치업에서 LG가 열세에 놓였고 지난 두 경기서 불펜 소모가 크지 않았던 것도 빠른 투수교체의 배경이 됐다.
LG는 5회초 우규민이 역전타를 맞자 곧바로 류택현을 마운드에 올렸고 류택현 이후 9회까지 임정우 이상열 이동현 봉중근을 기용했다. LG는 불펜진이 추가 실점을 허용하기는 했지만 리드하고 있는 상황을 방불케 하는 불펜운용으로 실점을 최소화하려 했다. 그리고 9회초 마무리투수 봉중근의 등판은 견제와 더불어 이날 승리의 발판을 놓은 회심의 카드가 됐다.
LG와 반대로 롯데는 가장 중요한 순간 수비와 마운드가 함께 무너졌다. 롯데는 9회말 2사 1, 2루에서 오지환의 타구를 2루수 문규현이 늦은 스킵 동작으로 따라가지 못해 적시타를 허용했다. 마운드 또한 김성배와 강영식이 모두 흔들리며 2점차 리드를 지키는데 실패, 올 시즌 6번째 블론세이브를 기록하고 말았다.
LG 김기태 감독은 이날 경기 승리 후 “오늘 우리 선수들의 모습이 달라진 LG의 모습이다. 선수들 모두 수고 많았다”고 말했다. 포수의 경기력과 수비 에러 등 나아져야 하는 부분이 뚜렷한 LG지만 이날 끝내기 승리에는 결과보다 더 값진 과정이 자리하고 있다.
drjose7@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