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이 오늘(27일) 8주년 특집 방송을 내보낸다. 2005년 4월 23일 ‘강력추천 토요일’의 한 코너였던 ‘무모한 도전’으로 첫 발을 내딛은 후 자그마치 8년간 꾸준히 안방극장을 찾은 끝에 얻은 결실이다.
‘무한도전’은 단순한 예능프로그램이 아니다. 국내 예능프로그램의 흐름을 주도하는 무시무시한 예능 공화국으로 군림하고 있다. 프로그램의 수장인 김태호 PD, 그리고 유재석·박명수·정준하·정형돈·길·노홍철·하하는 자신들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최장수 리얼버라이어티 프로그램 구성원으로서 일거수일투족이 관심대상이다.
이 프로그램은 버라이어티 프로그램과 리얼리티쇼를 결합한 리얼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의 선두주자다. 초창기 황소와 힘겨루기, 지하철보다 빨리 달리기 등 허무맹랑한 도전을 벌일 때 얼마나 가겠느냐는 비웃음을 샀던 일은 까마득하다. 이제는 발걸음을 하나하나 뗄 때마다 예능의 역사가 되고 있다.

이들은 비인기스포츠에 도전을 하고 공연과 같은 시청자들과 호흡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한다든가, 아니면 지능적인 두뇌싸움이 필요한 추격전을 거듭하는 등 고정된 틀을 거부하고 끊임없이 변주를 꾀하고 있다. 김태호 PD를 비롯한 제작진은 큰 틀의 구성만 내던지고 있다. 새로운 상황을 만들고 재미를 이끌어내는 것은 리얼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을 온몸으로 체화한 똘똘한 멤버들의 몫이다.
사실 ‘무한도전’ 이전의 국내 예능프로그램은 한정된 스튜디오를 기반으로 하는 버라이어티 프로그램과 사전에 치밀하게 짜인 각본대로 터지는 웃음으로 대변되는 코미디 프로그램이 주를 이뤘다. 하지만 이 프로그램의 성공 이후 예능 판도가 바뀌었다. 리얼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이 쏟아진다. 현재는 관찰 예능 프로그램으로 형태가 바뀌어 진화 중이다. 이게 모두 ‘무한도전’의 다소 무리하고 무모했던 첫 도전 덕분이다.
‘무한도전’은 매주 달라지는 상황 속에 만들어지는 일곱 멤버 개개인의 즉흥 장난에 기대고 있다. 그렇다고 철저한 개인플레이는 아니다. 1년, 2년이라는 시간이 차곡차곡 쌓이면서 멤버들의 캐릭터가 완성됐고 변화했다. 잘 다듬어진 캐릭터가 모여 촘촘한 팀플레이를 펼치고 있다. 누구 하나의 특출 나는 개인기에 의존하지 않는 게 장수 비결이라면 비결이다.
시기마다 멤버들이 가지고 있는 캐릭터와 장기의 인기도는 차이가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팀플레이에 능숙한 멤버들은 재미를 선사하지 못하는 구멍 멤버마저도 고정 캐릭터로 만들며 성공적인 팀플레이를 가능하게 한다. 여기에 김태호 PD의 세밀한 기획력과 제작진의 센스 넘치는 구성은 가볍지 않은 밀도 높은 웃음을 만들고 있다.
멤버들은 ‘무한도전’이라는 공화국 안에서 권력구도를 형성한다. 때마다 권력구도는 누군가에게서 누군가에게로 이양되고, 어떤 캐릭터는 쇠락의 길을 걷기도 한다. 이 과정에 협력과 충돌이 발생하는 것은 필수다.
‘무한도전’이 유독 정치적인 색깔을 드러내고 화두를 던지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시의성은 ‘무한도전’의 상징성과도 같았다. 그리고 지난 8년간의 캐릭터가 생기고 굳어지며 사라지는 일련의 과정은 드라마보다 기승전결이 뚜렷했다. 매회 구성은 바뀌면서도 멤버들을 고정화하고 있는 ‘무한도전’의 뚝심이 이뤄낸 성과다.
이는 이 프로그램을 지지하는 시청자가 아이돌그룹의 팬덤보다 강력한 팬덤으로 자리 잡은 이유이다. 그리고 이 같은 굳건한 팬덤은 ‘무한도전’ 일곱 멤버들과 김태호 PD로 대변되는 구성원이 지난 8년간 프로그램을 이끌며 새 역사를 쓸 수 있었던 원동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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