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장수 리얼 버라이어티 프로그램 ‘무한도전’이 8주년을 맞았다. 8년은커녕 8개월, 아니 8주도 버티기 힘든 정글 같은 예능판에서 무려 8년이라는 시간을 버텼다. 돌이켜보면 잦은 논란으로 가시밭길을 걷기도 했고 큰 인기로 인해 말도 못할 감격의 순간도 있었다.
안방극장의 희로애락과 함께 했던 ‘무한도전’은 오늘(27일) 8주년 특집 방송으로 마련한 ‘무한상사 뮤지컬’ 1탄을 공개한다. 떠들썩한 자축의 시간 대신 ‘무한도전’ 멤버들이 꾸미는 시트콤에 뮤지컬이라는 장르 도전을 섞었다. 요란한 8주년 축제가 아니라는 점에서 서운할 시청자들은 아무도 없을 터다.
8주년이 큰 의미가 없다는 게 아니다. 다만 이 프로그램이 8주년을 넘어 앞으로도 상당기간 안방극장을 찾을 것이라는 것을 굳건하게 믿는다는 의미다. 굳이 자축하지 않아도 충분히 감격스럽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어느 순간 ‘무한도전’은 고정 시청자들에게 삶의 일부가 됐다. ‘무한도전’다운 8주년 특집 방송이고 ‘무한도전’ 팬다운 반응이다.

미약하기 그지없었던 2005년 4월 23일 첫 방송. 그리고 예능의 역사가 된 2013년 4월 27일 봄. ‘무한도전’은 살아 있는 예능프로그램의 전설로 추앙받고 있다. 물론 재미 없는 순간이 반복돼 위기라는 시선도 있었다. 언제 그랬냐는 듯이 배가 찢어지게 웃게 만드는 반전도 있었다. 가끔은 울컥하는 감동을 안긴다. 식상할 때도 있고 번뜩이는 아이디어에 놀랄 때도 있다. 지난 8년간 ‘무한도전’이 정말 아무렇지도 않게 담담하게 걸어온 길이다. 그리고 시청자들도 그 길을 같이 걸어왔다.
고정 시청자들은 벌써 8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음에도 ‘무한도전’ 정기구독을 끊을 생각을 하지 않고 있다. 언제나 정상에 있었기에 따가운 눈초리도 있지만 이만큼 따뜻한 박수와 격려를 많이 받은 프로그램도 없었다. ‘무한도전’이 도전을 거듭할수록 시청자들은 이 프로그램에 넘쳐서 흐를 정도의 신뢰를 보냈다. 이는 프로그램을 이끄는 김태호 PD가 가장 잘 알고 있는 부분이다.
김 PD는 MBC를 통해 “시청자만 보고 간다”고 8주년 소회를 밝혔다. 그는 “긴 시간 크고 작은 어려움에 맞닥뜨리며 단단한 내성이 생겼다. 앞으로도 시청률에 좌지우지되기보다는 만족스러운 작품을 만들자는 초심을 잃지 않고 완성도와 효율성을 고려한 최선의 아이템, 관록을 살린 연속성 있는 이야기로 시청자들에게 진정 어린 웃음을 드릴 수 있도록 최선의 최선을 다하겠다”고 비장한, 그렇지만 꼭 지킬 각오를 표현했다.
김 PD의 말은 8주년이라는 숫자에 큰 의미를 두지 않고 묵묵히 웃음과 감동의 길을 걷겠다는 의지가 표현돼 있다. 이 프로그램은 지난 해 6개월간의 노조의 파업으로 인해 장기 결방의 아픔을 겪었다. 때문에 멈추지 않고 전파를 타는 것만으로도 시청자들에게 큰 위로가 되고 있다.
김태호 PD를 비롯한 제작진과 유재석·박명수·정준하·정형돈·길·노홍철·하하 등 ‘무한도전’ 구성원들은 도전을 멈추지 않고 있다. 동시다발적으로 방송 아이템을 준비하며 시청자들을 웃기고 울리기 위해 긴장의 태세를 놓치지 않고 있다. 지금껏 그러했듯이 ‘무한도전’은 여전히 도전 중이다. 그리고 앞으로도 도전의 길을 걸을 것이다.
jmpyo@osen.co.kr
MBC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