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에 땀을 쥐게 하는 참가자들의 경쟁, 도전자들의 실력에 의존해 완성되던 오디션 프로그램에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
기존에 발표된 가요들로 심사에 응하는 경우가 다반사인 오디션 프로그램이 '편곡'이라는 새로운 관전 포인트로 시청자들을 공략하고 있는 것. 뻔하지만 노래는 잘하더라는 단조로운 시청소감에서 벗어나 듣는 맛이 있는 프로그램으로의 진화를 꾀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현재 방영 중인 엠넷 '보이스코리아2'다. 엠넷 '슈퍼스타K', '보이스 코리아' 등 오디션 프로그램에 잔뼈가 굵은 김기웅 국장, 권태은 음악감독이 모였고 뮤지컬 ‘캣츠’, ‘아이다’, 신승훈, 김범수&이소라 콘서트의 음향 디자인을 했던 김기영 감독이 가세했다. 여기에 신승훈, 이승환, 유희열, 김연우, 케이윌 등의 음반 믹싱을 했던 김한구 믹싱 엔지니어, 국내 정상급 베이시스트 서영도 교수가 세션으로 참여한다.

'보이스코리아2'의 마법 같은 편곡은 배틀라운드를 지나 KO(케이오)라운드로 접어들면서 절정으로 향하고 있다. 차이가 있다면 배틀라운드는 원곡이 떠오르지 않는 편곡을, 케이오 라운드에서는 원곡의 분위기를 살린 편곡을 지향하고 있다는 점이다.
26일 방송된 ‘보이스코리아2’에서는 원곡의 느낌을 살리는 방향으로 가닥이 잡혔다. 송푸름이 가수의 꿈을 키우며 오락실 노래방에서 불렀다는 박화요비 ‘그런일은’을 열창해 감동을 안겼다. 이소리 역시 신효범 ‘난 널 사랑해’의 원곡 느낌을 살린 가창으로 고품격의 무대를 연출했으며 윤성기는 이문세의 ‘그녀의 웃음소리뿐’을 담백한 창법으로 소화해 박수를 받았다.
반면 지난 5일 방영분에서는 장준수, 권태원, 박전구가 가수 김흥국의 히트곡 '호랑나비'에서 '힛 더 로드 잭'이 나오는 기묘한 조화로 감탄을 자아냈다. 트로트풍 '호랑나비'가 이국적인 재즈버전으로 거듭났고 이들의 무대에 심사위원은 전원 기립했다. 지난 12일 방영분에서도 주목할만한 무대가 나왔다. 배두훈와 김현수는 봄여름가을겨울의 '어떤 이의 꿈'에 꽹과리 소리를 넣어 이색적인 퍼포먼스를 펼쳤다.
‘보이스 코리아2’ 김기웅 국장은 이 같이 고퀄리티 편곡이 넘쳐날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 “기존 음악 프로그램에서는 도전이라든가 마음에 담아두었던 음악적 시도를 펼쳐보일 만한 무대가 없었다”며 “제작진으로 음악하는 사람들이 모인만큼 음악에 대한 실험정신이 투철하다”고 말했다.
‘보이스 코리아2’는 현재 생방송 무대에 진출할 참가자를 가려내는 KO라운드를 진행하고 있으며 매주 금요일 오후 11시 전파를 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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