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우, “황정민아빠-김태훈아빠 둘 다 이상형이에요”[인터뷰]
OSEN 정유진 기자
발행 2013.04.27 14: 14

남자들의 뜨거운 땀이 응축된 영화 ‘전설의 주먹’(강우석 감독)에는 자칫 칙칙하고 무거워질 수 있는 분위기를 살려주는 두 명의 여인이 있다. 거친 남자들을 날카로운 카리스마로 다스리는 방송국 PD 홍규민(이요원 분)과 권투선수 출신 전설 임지규(황정민 분)의 바보 같은 사랑을 독차지 하는 딸 임수빈이다. 특히 임수빈 역을 맡은 지우는 배우 강혜정을 닮은 상큼한 마스크와 범상치 않은 연기력으로 관객들의 눈도장을 확실히 찍었다.
내로라하는 배우들과 함께 영화를 찍은 소감을 물었더니 지우는 “다들 잘 해 주셨다”며 생긋 웃었다. 특히 배우 황정민과 함께 하는 신이 많아 배울 점이 많았다고.
“황정민 아저씨랑 하는 연기가 너무 좋았어요. 특히 아빠랑 같이 얘기하고 우는 장면을 찍을 때 많이 울었어요. 황정민 아저씨가 대사를 말하시는 것을 등을 돌리고 듣고 있는 신이었는데 들으면서 많이 슬펐거든요. 그게 인상에 많이 남아요. 아빠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하게 됐던 것 같아요. 아빠한테 더 잘해줘야겠다는 생각도 들고”

연기를 하며 아빠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됐다며 소박하지만 진실한 소감을 말하는 지우는 나뭇잎이 떨어지는 것만 봐도 까르르 웃을 법한, 이제 막 중학생 티를 벗은 해맑은 고등학생 소녀였다. 그래서일까. 지우는 연기를 하며 어려움을 겪었던 설명을 할 때도 솔직하고 막힘이 없었다.
“물감 범벅이 돼서 집으로 돌아왔던 장면이 심리적으로 힘들었어요. 그 장면을 찍는 날엔 밥도 잘 안 넘어갔거든요. 감독님도 선배님들도 다들 대단한 분들이니까, 적어도 민폐는 되지 말아야지, 민폐는 되지 말아야지 하면서 집중했던 것 같아요. 부담이 너무 많이 됐어요”
 
극 중 아빠 황정민은 감정신이 많아 연기를 하며 쉽지 않았을 신인 배우 지우에게 피와 살이 되는 조언을 많이 해줬다.
“‘전설의 주먹’에는 감정 신이 있어서 힘들었는데 황정민 아빠가 많은 것을 알려 주시고 도와주셨어요. 어려운 신을 찍을 때 마다 설명해 주시고 배려도 많이 해주시고요. 또 저에게 미술 전시 작품 같은 것을 틈틈이 많이 보러 다니라고, 제 나이 때 보러 다니는 게 좋다고 말씀해 주신 거랑, 지나가는 사람을 많이 관찰하라고 가르쳐주셨던 게 기억에 남아요.”
강우석 감독은 기자간담회나 제작보고회 등에서 황정민, 유준상, 윤제문, 정웅인 네 배우의 어린 시절을 연기한 아역들에 대해 “저 네 명만 나오면 화가 나기 시작하고 오늘 하루 어떻게 넘기나 했다”며 솔직하게 말해 웃음을 자아낸 적이 있다. 신인들에게는 엄격하고 무섭기만 할 것 같은 강우석 감독과의 작업이 어땠는지 물었더니 “말은 그렇게 하신다”며 방그레 웃어 보였다.
“처음 오디션을 봤을 때는 너무 무서웠어요. 말도 없으시고. 그런데 현장에서 되게 잘 해주세요. 의외로 재미있으시고 농담도 자주하시고요. 무엇보다 배우들을 아껴주세요. 배우 한 사람 한 사람 배려를 정말 많이 해주시거든요. 감정 신을 찍을 때도 그 장면에서 저의 감정선이 깨지지 않게 최적의 환경을 마련해주셨어요. 한 부분을 찍고 스태프들이 카메라를 옮겨서 촬영해야 할 때는 ‘빨리 옮겨라, 감정 깨진다’고 말하시면서 도와주세요. 디렉션도 정확하게 주시고 배려를 정말 많이 받은 것 같아요”
지우의 데뷔작은 2010년 김혜수, 한석규 주연의 영화 ‘이층의 악당’이다. 이후 꾸준히 드라마와 영화에 출연하며 연기를 배웠다. 최근에는 한국영화아카데미 졸업 작품인 ‘KAFA FILMS 2013 : 그 다섯 번째 데뷔작’ 영화 ‘설인’에서 미스터리한 소녀 안나 역을 맡았다. 또 KBS 2TV 일일시트콤 ‘일말의 순정’에서는 철없는 아빠보다 더 일찍 철이 든 고등학생 정순정 역을 맡아 귀여운 매력을 발산하고 있다. 그러고 보니 유명 배우들의 딸 역할을 많이 했다. 조금 뻔하고 난처한 질문을 던졌다. 황정민 아빠와 김태훈 아빠를 비교하자면?
“둘 다 좋아요. 두 분 다 정말 저의 이상형이거든요. 정말 비교할 수가 없는 것 같아요. 황정민 아빠는 정말 따뜻하고 멋진 아빠세요. 배울점도 많고, 잘 해주시고. 김태훈 아빠는 너무 재미있으셔서요. ‘일말의 순정’에 나오는 정우성 역할이랑 성격이 정말 똑같으세요. 너무 유머러스하고 좋은 아빠에요. 그런 아빠가 있으면 좋겠어요. 저번엔 제가 발음이 꼬여 아빠를 잘못 말해 오빠라고 말했는데 어찌나 좋아하시던지. (웃음) 아저씨라고 불러서 혼났어요. 그 이후론 아빠 아니면 삼촌이라 불러요”
사실 지우는 김태훈과 인연이 깊다. 김태훈과 함께 출연한 영화 ‘설인’을 통해 지금의 소속사에 들어오게 됐고, 시트콤 ‘일말의 순정’으로 또 한 번 호흡을 맞추고 있다. ‘일말의 순정’은 여러모로 지우에게 전환점이 될 듯하다. 함께 있으면 늘 즐거운 김태훈 아빠와 함께 작품을 찍게 됐고, 비슷한 또래 배우들을 많이 만나게 됐다. 무엇보다 처음으로 도전한 풋풋한 러브라인이 있다.
 
“(러브라인이) 너무 어려워요. 제가 연애를 제대로 해본 적이 없어서 그런 사랑 감정 표현 어려운 것 같아요. 오그라들기도 하고요. 필독 오빠랑 저랑 오글거리는 신이 많아서 서로 손을 이렇게(직접 오글거리는 손동작을 해 보였다) 오글거리면서 찍어요. 되게 웃겨요. 오빠는 극 중에선 모범생으로 나오는데 굉장히 유머러스하고 성격이 좋아요.”
친구들은 이런 지우를 신기해한단다. 매일 같이 놀던 친구가 텔레비전에 나오니 그럴 법도 하다. 초등학교 때부터 친했던 친구들은 지우가 잘 생긴 오빠들과 연기를 하는 것을 부러워하기도 하고 때로는 또래들만이 해 줄 수 있는 따끔한 조언을 해 주기도 한다. 지우가 배우를 하게 된 계기는 간단했다. 연기가 해 보고 싶었다는 것. 지우는 눈을 반짝이며 자신의 어린 시절을 이야기했다. 
“저는 어렸을 때부터 되게 많은 걸 해 보고 싶은 아이였어요. 뭐든지 엄마한테 시켜달라고 조르고 그랬거든요. 국악도 하고, 피아노도 하고 발레도 하고 많이 해봤어요. 가야금도 전공을 하려고 열심히 했는데 손을 놓은 지 3년이 됐어요. 다 잘하는 것은 아니고요(웃음), 배우다 말다 했어요. 그러다 ‘이층의 악당’ 오디션을 보고 연기를 시작하게 됐어요”
지우의 롤 모델은 김혜수다. ‘이층의 악당’을 함께 하며 연기력과 뛰어난 자기 관리 뿐 아니라 인간적인 면에 반했다. 하고 싶은 것이 너무도 많았던 어린 시절처럼 지우는 지금도 여전히 해보고 싶은 게 많다. 비록 러브라인은 쑥쓰럽지만 이와이 슌지 감독의 영화 '러브레터'의 주인공처럼 청순한 역할도 해보고 싶고, 호러 영화의 주인공도 돼보고 싶다. 무엇보다 자신에게는 많은 경험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지우는 순수할 뿐 아니라 영리한 배우였다.
"앞으로도 연기는 계속 하고 싶어요. 지금까지 제가 해 왔던 것 중 제일 재미있어요. 이런 말이 식상할 수 있겠지만 저랑은 다른 점을 연기하고, 다른 사람이 된 것 같은 느낌이 신선해요. 스크린이나 텔레비전에 제가 나오는게 너무 신기하고 재미있어요. 무엇보다 저에게는 다양한 경험이 필요한 것 같아요. 앞으로 현장도 많이 경험해 보고 영화도 많이 보고 좋은 배우가 됐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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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용호 기자 spjj@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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