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수(55) SK 감독이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단순히 전날 역전승을 거둬서 그런 것이 아니었다. 팀의 주축 투수 박희수(30)의 팀을 위한 생각 때문이다. 그만큼 이 감독도 인내를 더 가져보기로 했다.
왼 팔꿈치 인대 상태가 좋지 않아 재활에 전념했던 박희수는 26일 성남 상무구장에서 가진 두산 2군과의 퓨처스리그 경기에서 ⅓이닝 동안 2피안타 1사사구 3실점의 부진한 성적을 냈다. 이 때문에 당초 28일 문학 한화전에 앞서 1군에 등록될 계획도 백지화됐다.
그런데 26일 오후, 성준 SK 투수코치에게 문자 한 통이 왔다. 발신인은 박희수였다. 박희수는 문자 메시지를 통해 “점수를 주긴 했지만 이날 등판은 1군 합류를 앞두고 구속보다는 제구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1군에서 충분히 던질 수 있다”라고 했다. 팀 사정이 좋지 않은 만큼 한시라도 빨리 복귀해 도움이 되고 싶어 하는 마음가짐이었다.

이 감독도 이런 보고를 받고 27일 문학 한화전에 앞서 박희수와 만났다. 박희수는 이 자리에서도 몸 상태가 괜찮다며 1군 복귀에 대한 의지를 내비쳤다. 이 감독은 “얼마나 고마웠는지 모른다”라고 했다. SK는 최근 선발진의 높이에 비해 불펜 투수들이 고전하며 경기를 내주는 경우가 많았다. 이 감독은 “팀을 위한 희생하려는 마음가짐을 느낄 수 있었다”고 박수를 쳤다.
그러나 이 감독은 좀 더 멀리 내다보기로 했다. 다음 주중 3연전이 휴식일인 만큼 일단 박희수의 뜻과는 반대로 1군 등록을 조금 미루기로 결정했다. 이 감독은 박희수에게 “네가 한 시즌을 다 건강하게 치르길 원한다. 네 장래도 있고 팀의 미래도 있다. 안 아픈 상태에서 좋은 성적을 내야 한다”고 설득했다. 이 감독은 “인내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박희수는 28일 퓨처스리그 등판에 이어 29일 혹은 30일쯤 한 번 더 퓨처스리그에서 공을 던진다. 이 감독도 “몸 상태가 괜찮다고 하니 성적이 어떻든 다음 주말 3연전을 앞두고는 1군에 등록시키기로 했다”고 말했다. 대신 28일에는 선발 요원인 조조 레이예스가 불펜에서 임시대기한다. 선수 스스로가 불펜 피칭을 실전에서 소화하겠다는 뜻을 먼저 전달했다. 이 감독은 “팀을 위한 선수들의 희생정신이 고맙다”라고 흐뭇하게 웃었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