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을 실천에 옮기는 사나이들이 있다.
K리그 최고령 선수들이 그라운드에서 한판 붙었다. 성남 일화는 27일 성남 탄천종합운동장에서 벌어진 2012-2013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9라운드 경기에서 전남 드래곤즈를 맞아 0-0으로 비겼다. 이로써 성남은 3승 3무 3패로 승점 12점이 됐다.
성남의 미드필더 김한윤은 1974년생으로 불혹이다. 선수보다 코치에 어울리는 나이다. 그는 K리그 전체 필드플레이어 중 최고령이다. 하지만 184cm의 장신에서 뿜어져 나오는 파워플레이가 일품이다. 그는 수비부터 공격까지 두루 가담하는 기동력을 선보였다.

전남의 '국민골키퍼' 김병지는 1970년생, 올해 만 43세다. 1998년 프랑스 월드컵 멕시코전에서 하석주 감독이 선제골을 넣었을 때 골키퍼가 바로 김병지였다. 심지어 이광석 골키퍼코치는 김병지의 5년 후배다. 김병지는 현역 최고령 선수다.
두 노장이 맞대결을 펼쳤다. 두 선수는 관록과 경험으로 20대 젊은 선수들을 요리했다. 김한윤은 후배들을 이끌고 성남의 견고한 5백을 지휘했다. 기회가 생기면 과감하게 오버래핑해서 골을 노렸다. 전반 11분 김한윤은 중거리슈팅으로 골문을 위협했다. 아쉽지만 타이밍이 맞지 않았다. 그는 후반 18분 옐로카드를 받을 정도로 적극적이었다.
성남은 볼점유율 60%를 기록하며 일방적으로 전남을 몰아세웠다. 슈팅숫자도 10-6으로 압도적이었다. 하지만 '끝판대장' 김병지를 넘지 못했다. 김병지는 추가시간까지 전남의 결정적인 슈팅을 선방해내며 실점을 허용하지 않았다. 그는 후반전 페널티박스 바깥까지 공을 몰며 특유의 공격본능도 발휘했다.
어린 선수들이 많은 전남에서 김병지는 후배들의 귀감이 되고 있다. 경기 후 하석주 감독은 “대부분 팀들이 홈에서 공격적이고 원정에서 수비적이다. 성남이 3연승으로 상승세였다. 성남보다 우리가 좀 더 수비라인을 내려쓴다고 생각했다”며 김병지가 중심이 된 수비전술에 대해 설명했다.
이어 하 감독은 “상대편에 경험 많은 선수들이 많다. 체력적으로 우리가 낫기에 상대 뒷공간을 노렸지만 잘 안 됐다”며 김한윤 등 상대 노장선수들을 치하했다.
김한윤과 김병지가 버틴 양 팀의 수비라인은 견고했다. 결국 두 선수는 팀의 무실점을 지휘하며 승부를 다음으로 미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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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민경훈 기자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