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동료 조조 레이예스(29)에 집중되어 있었던 스포트라이트를 뺏어 오기에 충분한 역투였다. 마치 "나도 있다"라고 외치는 듯한 무언의 역투였다. 크리스 세든(30, SK)이 인상적인 활약으로 팀의 연승을 이끌었다.
세든은 27일 문학구장에서 열린 한화와의 경기에서 선발 등판해 7⅔이닝 동안 6피안타 6탈삼진 1실점(비자책)으로 한화 타선을 꽁꽁 틀어막았다. 4경기 연속 퀄리티 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를 기록하며 마운드를 든든히 지킨 세든은 시즌 2승째를 수확했다.
전반적으로 흠잡을 곳이 없는 투구였다. 삼진 2개를 잡으며 1회를 깔끔하게 마친 세든은 2회 선두 김태균의 좌전안타, 정현석의 희생번트로 1사 2루에 몰렸으나 최진행 김경언을 땅볼로 요리하고 위기를 넘겼다. 4회에는 선두 이대수에게 좌중간 안타를 맞은 뒤 보크를 범해 2사 2루를 자초했으나 정현석을 2루수 땅볼로 돌려 세우고 실점을 막았다.

5회는 동료의 실책이 아쉬웠다. 1사 후 김경언의 2루수 땅볼을 정근우가 잡아 1루로 송구했으나 박정권이 제대로 잡아내지 못했다. 이후 정범모에게 2루타를 허용하며 1,3루 위기를 맞이한 세든은 2사 후 오선진의 좌전 적시타 때 첫 실점을 기록했다. 그러나 이대수를 삼진으로 잡으며 더 이상 실점을 하지는 않았다. 6회에도 2사 후 정현석에게 안타를 맞았지만 최진행을 뜬공으로 처리했다.
7회에도 마운드에 오른 세든은 선두타자 김경언에게 안타를 허용했다. 그러나 정범모를 유격수 앞 병살타로 요리하고 위기에서 탈출했다. 7회까지 102개를 던진 세든은 8회에도 마운드에 올랐다. 1사 후 유격수 최윤석의 실책으로 주자를 내보내긴 했으나 대타 최승환을 좌익수 뜬공으로 돌려 세운 뒤 마운드를 임경완에게 넘겼다. 총 투구수는 120개로 올 시즌 최다였다. 불펜의 불안요소를 싹 지우는 역투였다.
직구 최고 구속은 142km로 그렇게 빠르지 않았으나 볼넷이 하나도 없었을 정도로 제구가 괜찮았다. 여기에 우타자 바깥쪽을 떨어지는 체인지업이 위력을 발휘했다. 6개의 삼진 중 4개가 체인지업 헛스윙 삼진이었다. 한화 타자들이 친 무수한 땅볼도 대부분 체인지업을 제대로 공략하지 못해 나왔다. 올 시즌 평균자책점도 1점대로 떨어졌다. 레이예스의 강렬한 인상에 가려 있었던 세든이 자신의 존재가치를 증명하며 SK의 외국인 농사를 풍작으로 이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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