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기, 3할 타자로 성장할 수 있을까?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3.04.28 07: 32

흔히 야구는 3할의 미학이라고 한다. 10번의 기회 중 3번만 안타를 쳐도 뛰어난 타자로 평가받는다. 그러나 그 영광은 아무에게나 돌아가지 않는다. 지난해 리그 전체를 통틀어 3할 이상을 친 타자는 단 13명에 불과했다. 선택받은 자들의 특권이다.
리그를 대표하는 베테랑 타자들도 꾸준히 3할을 유지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베테랑들도 이런데 1군 경험이 거의 없는 선수가 3할을 치는 것은 말 그대로 1년에 1-2명 나올까 말까한 일이다. 이런 상황에서 주목할 만한 선수가 나타났다. 바로 SK 세대교체의 선봉장으로 평가받고 있는 외야수 이명기(26)다.
2년간의 공익근무를 마치고 돌아온 이명기는 전지훈련에서 두각을 드러내며 이만수 SK 감독의 눈도장을 받았다. 그 상승세는 시즌 들어서도 이어지고 있다. 이명기는 올 시즌 팀이 가진 20경기에 모두 출전했다. 성적은 기대 이상이다. 타율 3할1푼6리로 리그 전체를 통틀어서도 16위를 기록하고 있다. 팀 내에서의 최정(.324) 다음의 성적이다. 테이블세터에 위치하고 있지만 타점도 9점이나 올렸다.

기존의 주축 타자들이 아직 살아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명기의 활약은 팀의 활력소가 되고 있다. 기록상으로도 눈여겨볼 만한 대목이 몇몇 있다. 이명기는 20경기에서 15경기나 안타를 신고했다. 꾸준함이 돋보인다. 2경기 연속 무안타에 그친 것은 한 번에 불과했다. 득점권 타율도 4할9리, 주자가 있을 때의 타율도 3할6푼7리로 기회에 강한 면모까지 보여주고 있다. 2사 상황에서 타점 7개를 수확했을 정도로 집중력도 뛰어난 편이다.
사실 이명기의 이런 활약은 놀라움에 가깝다. 이명기는 1군 경험이 거의 없는 선수다. 지난해까지 14경기 출전에 그쳤고 공익근무 공백도 있었다. 때문에 올 시즌에는 매일 생소한 투수들과 상대하고 있다. 타자들의 불리할 수밖에 없는 여건임에도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는 것이다. 이는 뛰어난 적응력 덕이다. 1~3회 타율이 2할3푼5리인 이명기는 4~6회 타율이 4할에 이른다. 투수의 성향과 스타일 파악에 능하고 그에 맞는 타격을 한다고 해석할 수 있다.
그렇다면 과연 이명기가 3할 타자의 반열에 오를 수 있을까. 맥스 베너블 SK 타격코치는 가능하다고 평가한다. 베너블 코치는 “센스가 좋고 컨택 능력이 있다. 여기에 발도 빠르다. 깊은 타구는 안타로 연결될 수 있다. 3할을 칠 수 있고 그 타율을 유지할 수 있는 힘도 있다”며 높은 평가를 내렸다. 전지훈련 당시 SK 선수들을 지도했던 조이 코라 인스트럭터도 이명기에 대해 “직구와 변화구에 모두 대처할 수 있는 스윙 궤적을 가졌다”고 칭찬했다.
그러나 분명 몇 차례의 위기는 온다. 이를 극복하는 것이 과제다. 베너블 코치는 “아무래도 첫 해라 체력이 걱정이다”라고 했다. 이명기는 아직 풀타임을 뛰어본 적이 없다. 체력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하면 중반 이후 슬럼프가 길어질 수 있다.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될 상대팀들의 견제를 이겨내는 것도 숙제다. 어차피 3할 타자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이겨내야 할 부분이기도 하다.
수비와 주루도 타격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수비와 주루가 잘 되면 덩달아 타격에서도 신이 난다. 그러나 그 반대의 경우는 심리적으로 쫓긴다. 최근 이명기가 이런 상황에 처해 있다. 이만수 SK 감독은 “너무 착하다. 잘못한 플레이에 대해 지나치게 자책한다”고 걱정했다. 빨리 잊어버려야 다음 상황에서 좋은 모습이 나올 수 있다는 조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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