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새 주말드라마 ‘출생의 비밀’(극본 김규와, 연출 김종혁)이 지난 27일 베일을 벗은 가운데 첫회를 수놓은 배우 유준상과 아역 김소현의 능청스러운 캐릭터 연기가 빛을 발했다.
‘출생의 비밀’은 해리성 기억장애로 과거의 기억을 잃은 정이현(성유리, 아역 김소연)과, 자신의 모든 것을 내던져 이 기억을 복기시키려는 홍경두(유준상)의 사랑과 가족애를 그리는 드라마. 첫 방송에서는 고등학생 이현이 대학등록금 마련을 위해 동분서주하던 과거의 시간과, 이후 10년이 훌쩍 뛴 상황을 맞닥뜨리고 혼란스러워 하는 내용이 중점적으로 그려졌다.
이 과정에서 눈길을 끈 것은 이현이라는 주인공 캐릭터의 매력과 이를 맛깔스럽게 표현한 아역 김소현의 연기였다. 미국 아이비리그 다수의 학교로부터 입학허가를 받을 정도로 천재 고등학생으로 췌장암으로 어머니를 잃은 찰라 자신과 똑같이 천재인 대학교수 아버지의 생존소식을 알게 되는 것이 이현이라는 인물의 이력. 이를 위해 천재라는 설정은 한 번 눈에 들어온 것은 사진처럼 스캔해 줄줄이 암기하는 모습으로 표현됐고, 여기에 거짓말과 위장에 능하고 임기응변에 뛰어난 친숙하고 능청스러운 모습이 보태져 이현이라는 캐릭터의 호감도를 높였다.

이를 연기한 김소연은 빌려준 돈을 악착같이 받아내기 위해 과거의 기억을 떠올리며 분노에 떠는 모습을 보였다가, DNA 검사를 위해 19년 만에 해후한 아버지에게 머리카락을 내밀며 치욕감에 떠는 모습 등 극과 극 감정을 자연스럽게 넘나들며 ‘출생의 비밀’ 한 회를 종횡무진 누볐다.
충청도 사투리를 구수하게 구사하며 코믹하게 변신한 유준상의 연기는 그 자체로 ‘출생의 비밀’이 지닌 따스한 정서를 대변했다. 도끼모양으로 빗어 올린 괴상한 헤어스타일에 눈을 희번덕대며 다소 과장되게 홍경두의 단순무식한 캐릭터를 표현한 유준상에게선 특유의 밝고 건강한 에너지가 뿜어져 나와 연신 웃음의 순간을 탄생시켰다. 유준상은 앞으로 이 작품에서 이현의 기억을 되찾는 것과 함께 딸에 대한 애틋한 부성애를 보이며 ‘출생의 비밀’의 정서를 짊어지게 된다.
이현과 경두의 캐릭터 소개로 한 회를 꽉 채운 ‘출생의 비밀’은 그러나 방송 말미 10년의 시간을 훌쩍 뛰며 그 사이 벌어진 믿기 힘든 일들과 그로 인해 인물이 겪을 드라마틱한 감정의 변화를 예고하며 긴장감 또한 놓치지 않았다. 특히 미국 대학 입학을 준비하던 이현이 성인이 되어 젖이 흐르는 상태로 등장하며 경악한 반응을 보인 것은 시청자와 감정의 변화를 같이 할 정도로 충격적인 대목이라는 점에서 향후 전개에 시선의 끈을 놓지 못하게 했다.
막장드라마를 상징하는 듯한 제목에서 오는 부정적인 뉘앙스와 기억상실이라는 식상한 소재가 전면에 사용됐음에도 ‘출생의 비밀’ 첫 방송은 매력이 충만한 남녀 주인공의 캐릭터 설정으로 이 같은 우려를 가뿐히 뛰어넘었다. 앞으로 ‘출생의 비밀’은 이현이 잃어버린 시간 동안 경두와 결혼하고 딸 해듬(갈소원 분)을 낳아 기른 과거의 일을 그리며 가속 패달을 밟을 예정.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미스터리하게 펼쳐질 전개가 배우들의 호연과 만나 ‘출생의 비밀’에 대한 시청자의 몰입도를 끝까지 붙들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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