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유리가 SBS 주말 특별기획 '출생의 비밀'의 여주인공으로 안방극장에 컴백했다. 지난해 5월 종영한 MBC '신들의 만찬' 이후 약 1년 만에 드라마로 돌아온 성유리는 1회보다는 2회가, 2회보다는 3회가 기대되는 가능성을 선보였다.
지난 27일 첫 방송된 '출생의 비밀'에서 성유리는 해리성 기억장애를 지닌 27살의 정이현 역으로 극 후반부 첫 등장했다. 이날 첫 회는 1997년 17살의 정이현(김소현 분)과 홍경두(유준상 분)의 사연이 주를 이뤘다. 10년 전부터 시작된 정이현과 홍경두의 인연, 그리고 10년이 흐른 2007년, 부부관계가 된 두 사람 사이 과연 어떤 사연이 존재하는지 관심을 모은 가운데 성유리는 2007년의 정이현으로 분했다.
이날 차가운 바닥에서 눈을 뜨며 일어난 정이현(성유리 분)은 지난 10년간의 기억을 모두 잃은 상태. 해리성 기억장애에 시달린 그는 난생 처음 보는 주위 환경은 물론 손에 끼워진 반지, 몸에서 젖이 흐르는 자신의 모습을 알고 혼란스러워했다. 후반부 짧은 등장이었지만 눈앞에 처한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정이현의 혼돈을 꽤 그럴 듯하게 표현하며 시청자들을 몰입하게 했다. 방송 후 시청자들은 각종 SNS 등을 통해 "다음 얘기가 궁금하다", "기억을 잃고 10년이 훌쩍 가버리다니, 진짜 놀랐을 듯", "뻔한 기억 상실? 성유리 캐릭터에 비밀이?" 등과 같은 의견을 올리며 향후 전개에 관심을 나타내는 중이다.

성유리는 늘 요정 같은 동안 미모로 주목받는 여배우다. 늙지 않는 도자기 피부, 핑클 시절의 청순 요정의 비주얼은 언제나 화제다. 반면 미모에 대한 호평과 달리 연기를 할 때만큼은 혹평이나 악플에 시달리기 일쑤였다. 독보적인 비주얼에 가려서일까. 성유리의 연기력은 조금만 모가 나거나 비뚤어도 상상 이상의 뭇매를 맞는 일이 많았다. 연기보다는 비주얼이 대중의 눈을 홀리는 여배우 중 하나로 꼽힌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성유리는 무던하게, 꿋꿋하게 연기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차곡차곡 쌓인 그의 작품 이력은 어느덧 드라마 10편, 영화 3편 가량에 이른다. 데뷔작에서는 혹독한 신고식을 치렀던 그가 다음 작품, 또 다음 작품을 만나며 조금씩 무르익었다. 악플과 지적도 부쩍 줄었다. 특히 흥행이나 인기에 연연하지 않고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선택하면서 '배우다운' 행보를 지향한 결과다. 지난해 노 개런티로 출연한 영화 '누나'를 비롯해 트렌디한 로맨스, 코미디는 물론 사극 등 스펙트럼을 넓히며 도전과 발전을 거듭했다.
성유리에게 무얼 더 바라는 건가. 한 작품을 지날 때마다 유연해지고 성숙해지는 연기력, 게다가 불변의 동안 미모라면 이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을까. 특히나 '출생의 비밀'의 정이현 캐릭터는 복잡한 내면 연기가 예상된다. 배우로서 올곧은 길을 걷고 있는 그가 또 한 발짝 앞선 모습을 보여주면 그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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