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승이 간절했던 한화가 또 한 번 총력전을 벌였다. 그 투지에 승리가 눈앞으로 다가오는 듯 했다. 그러나 결정적인 순간 수비가 발목을 잡으며 다 잡았던 경기를 놓쳤다. 오히려 다음 일정이 불안해지는 부작용을 낳았다.
한화는 26일과 27일 열린 문학 SK전에서 타선이 1점씩 밖에 뽑아내지 못하는 빈공 속에 모두 졌다. 28일 경기까지 지면 간신히 돌려놓은 분위기가 완전히 처질 수 있었다. 때문에 한화의 노력은 필사적이었다. 시작부터 총력전을 예고했다. 김성한 한화 수석코치는 28일 경기 전 “오늘은 총력전이다. 이길 수 있는 상황에서는 무조건 이겨야 한다”며 배수진을 쳤다.
실제 한화는 이날 선발 유창식이 제구 불안으로 1⅓이닝 만에 마운드를 내려가자 또 다른 선발 자원인 김혁민을 올렸다. 비록 최정에게 만루홈런을 맞긴 했지만 김혁민은 5⅔이닝 동안 84개의 공을 던지며 SK에 더 이상의 실점을 허용하지 않았다. 경기 막판까지 4-4의 팽팽한 균형을 이룰 수 있었던 원동력이었다.

8회 무사 1루에서는 최후의 보루인 마무리 송창식 카드를 꺼내들었다. 비록 송창식이 이번주 내내 푹 쉬었다고는 해도 2이닝 이상을 염두에 둔 던지는 강수였다. 송창식은 조동화의 희생번트, 그리고 대타 박정권의 고의사구로 만들어진 1사 1,2루에서 박진만 정상호를 연달아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불을 껐다. 이렇게 한화는 끝까지 버텼다.
기회는 찾아왔다. 9회 1사 후 김태균이 볼넷으로 출루했고 최근 부진했던 최진행이 천금 같은 1타점 우중간 2루타를 터뜨리며 팽팽하던 승부의 균형을 깼다. 한 번의 수비만 잘 버티면 승리였다. 그러나 최근 안정을 찾는 듯 했던 수비가 한화를 뒤흔들었다. 외야에서 아쉬운 플레이가 연달아 나왔다.
1사 후 정근우의 타구가 좌익수 앞으로 떴다. 여기서 추승우가 다이빙 캐치를 시도하다 공을 뒤로 빠뜨려 정근우가 3루까지 갔다. 단타로 막을 수 있었던 타구였기에 아쉬움이 컸다. 후속타자 이명기는 오른쪽에서 문제를 일으켰다. 김경언이 앞으로 달려 나오며 잡는 듯 했으나 역시 잡지 못했고 오히려 공을 뒤로 빠뜨렸다. 김경언이 공을 잡는 것으로 보고 정근우가 3루로 귀루하는 상황이라 몸으로 막아놓기만 했어도 득점이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렇게 한화의 총력전은 무위로 돌아갔다. 연장 10회초 2사 1,3루의 기회를 잡았으나 타석에는 투수 송창식이었다. 대타 이준수를 내며 엔트리를 탈탈 짜냈지만 이준수가 내야 뜬공으로 물러나며 결승점의 기회를 놓쳤다. 연장 12회에는 1사에서 투수 윤근영이 타석에 등장해 안타를 때리기도 했지만 역시 기회는 무위로 돌아가며 무승부를 기록했다. 수비가 1승을 날린 셈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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